국정원의 '이름없는 별' 18개…CIA는 133개
김당
dangk@kpinews.kr | 2020-07-27 16:09:49
CIA 청사 '추모의 벽(Memorial Wall)'의 '별(stars)'에서 따와…대통령 연설 '단골'
CIA, 최근 12년간 연평균 4.2명씩 순직…국정원은 창설 이후 연평균 0.3명 순직
27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두 가지 '낯선 풍경'으로 시작했다.
CIA는 자신들을 도와 함께 공작활동을 하다가 순직한 '해외 협조자'에 대해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로 상징화한 추모 공간을 두고 있다. CIA 공작원과 해외 협조자의 관계를 언론사에 비유하면, 전자는 본부에서 파견한 특파원이고 후자는 현지 거주하는 통신원인 셈이다.
CIA는 해외 공작망 규모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고 외교 문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해외 협조자 순직자의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CIA는 지난 2012년 5월 23일 현충일(Memorial Day,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을 며칠 앞두고 비밀 공작 중 또는 전투지역 투입중 희생된 대원들의 이름을 '추모의 벽'에 올리고 서훈 명부에도 15명의 이름을 추가했다. 그때 추모의 벽에 오른 '별'(순직자)은 103명이었다.
CIA는 이날 희생된 요원 중 새로운 한 명을 '추모의 벽'에 올리면서 그간 이름 없이 별 모양으로만 올려진 사람들과 달리 처음으로 이름을 공개했다. 그는 2008년 예멘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진 젊은 요원 제프리 패트노로 예멘 수도 사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테러 공격을 당하던 위태로운 시기에 테러부대와의 전쟁 작전의 일부로 이곳에 투입되었다가 순직했다.
CIA는 이처럼 해마다 현충일을 앞두고 순직자를 기리는 새로운 '별'을 새긴다. 기자가 2007년 2월 CIA 홈페이지를 검색해본 바에 따르면, 당시 순직자 별은 83개였다.
그 이후 2012년 5월 기준으로 5년만에 순직자 별이 20개가 더 늘어 103개가 되었고, 2015년 10월에 검색해보니 순직자 별이 10개 더 늘어 113개였다. 지난해 연례 추도식에서도 별 4개(2개는 익명)가 추가돼 2019년 현재 벽에는 133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1947~2019년 기준으로 하면 CIA 요원들은 창설 이후 연평균 1.85명이 비밀공작 수행중에 순직했다(OSS 요원은 제외).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 최근 2007~2019년 기준으로 하면, 12년새 50명이니 연평균 4.2명씩 순직한 셈이다.
이병호 원장의 순직자 공적 재평가 계기로 '별' 52개→18개
국정원 보국탑의 52개의 별이 18개로 줄어든 것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이병호 원장의 공적 재평가 결정 때문이었다. 이 원장은 52명의 사연을 듣곤 "CIA처럼 공적(功績)을 제대로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재직 중 숨진 요원은 제외하고, 앞서의 최덕근 영사처럼 임무공작을 하거나 특별공작을 하다가 숨진 이들만 '별'로 남았다.
최 영사는 피살 당시 북한 공관원들의 마약 밀매 혐의와 평양에서 생산되는 100달러 위조지폐, 일명 '수퍼노트'의 유통경로를 추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이와 같은 첩보내용이 적혀 있었다.
국정원은 순직자 공적 재평가를 계기로 국정원은 기존의 안보전시관과 보국탑에 있던 전시물도 18개로 바꾸었다. 1961~2020년 기준으로 하면, 비밀공작 임무 수행중에 순직한 국정원 요원은 연평균 0.3명이다.
전 세계를 커버하는 CIA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CIA의 비밀공작 순직자와 견주면 그래도 한국 스파이는 미국 스파이보다 '훨씬 덜 위험한 직업'인 셈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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