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코로나 시대의 '파이터 국회의장', 박병석이냐 김진표냐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0-05-13 17:26:46
국회의원은 꽤 달콤한 권력이다. 마약과 같다고, 그 맛을 한 번 보면 이성을 잃는다고, 일찍이 강신옥 전 의원은 말했다. 숱한 명망가들이 금배지 한 번 달아보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초선을 넘어 재선·3선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러니 금배지라고 다 같은 금배지가 아니다. 오래전 어느 정당 의원총회에서 금배지 세계에서 선수(選數)가 어떤 의미인지, 그 민낯을 순간 포착했다. 사회를 맡은 판사 출신의 초선 Y의원이 말했다. "앞자리가 많이 비었으니 뒤에 의원님들 앞으로 좀 내려와주세요." 뒷줄에 앉아 내려다보던 검찰 수사관 출신 3선 L의원이 옆자리에 앉은 3선 K의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저게 초선 주제에 누굴 내려오라 마라야. 맞으려고..." 둘은 입술에 비웃음을 물고 가늘게 눈을 마주쳤다.
오래전 국회 풍경이지만, 지금이라고 다를까. 국회에서 선수는 곧 권력의 크기다. '동물국회' 시절 초선들은 전위부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장관 출신이건, 교수 출신이건 몸싸움의 최전선에 서야 했다.
그런 곳의 우두머리, 국회의장 자리는 누가 차지했겠나. 선수를 쌓지 못했다면 언감생심이다. 관례적으로 역대 국회의장은 선수를 따져 최고참에게 돌아갔다. 21대 국회 전반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경합중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김진표 두 의원도 다선의 백전노장이다. 박 의원은 6선으로 당내 최다선, 김 의원은 5선이다.
그러나 선수가 곧 능력인 것은 아니다. 선수 우선으로 교통정리하듯 국회의장을 추대하는 게 관행이라면 그런 관행은 깨버려야 한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겉보기 그럴듯한 스펙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한 때다.
그 흐름에서 국회의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와 함께 위기 극복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국회의장은 그럴 힘과 책임이 있는 자리다. 정부의 모든 주요 정책은 국회 의결을 통해 결정되고 이행된다. 절체절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선수 아니라 여야를 따질 일도 아니다.
물론 관례대로 국회의장은 원내 1당에서 맡는 게 상식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경선이 본선인 셈이다. 경선 승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득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결국 박병석이냐, 김진표냐다. 두 의원은 각자 주특기를 앞세워 유권자인 의원들의 마음을 파고 드는 중이다. 언론인 출신인 박 의원은 의원들에게 손편지를 보내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어 제 생각을 보내드린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당내 최다선으로, 20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러 상임위를 두루 거친 것이 강점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인품으로나 경륜으로나 국회의장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경제관료 출신 김 의원은 의원들에게 "위기 극복의 중심에 국회가 있어야 합니다"란 제목의 카톡 편지를 보내 표심을 파고 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회의장상이 필요하다"며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국회의장' 콘셉트를 내세웠다. "방역 모범국가에서 경제위기 극복 모범 국가로 가는 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의원은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경제통이자 정책통이라는 게 강점이다.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에서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금 시대적 과제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에 질식하는 경제를 살리는 게 최우선"이라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과연 누란의 위기를 책임질 적임자는 누구인가. 점잖게 뒷짐지고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예전 국회의장의 모습은 지금 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는 25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온 위기에 적극 대응할 '파이터 국회의장'의 탄생을 기대한다.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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