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저항'으로 뭉치다…강남·서초·송파·용산의 '계급투표'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4-16 14:27:55
용산도 통합당 찍었다…"집값 대책에 대한 불만"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계급'을 가르는 상징이 됐다. 4·15 총선에서 확인됐다. 특정 지역에서 '아파트 계급'의 이해에 충실한 '계급 투표'가 이뤄졌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이 그곳이다. 예외 없이 고가의 아파트가 즐비한 선거구로, 문재인 정부 재산세·종부세 인상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곳이다. 이 지역 표심엔 '조세 저항'이 가득했다. 자기들 기득권과 충돌하는 조세정책에 대한 반감을 고스란히 표로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는 가운데서도 이 지역에서 만큼은 그나마 있던 의석을 잃으며 거의 전패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전통적 보수텃밭' 강남3구의 표심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49석 중 8석을 차지했는데,그 중 7곳이 강남 3구, 1곳은 용산이다.
4년 전 민주당은 강남 3구 지역구 8곳 중 3곳(강남을·송파을·송파병)에 깃발을 꽂았다. 비교적 보수색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용산도 민주당 몫이었다.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한 진영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용산에서 재선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쳐 과반 의석을 훌쩍 넘긴 180석을 확보했음에도 강남벨트는 뚫지 못했고, 용산도 빼앗겼다.
4년 전 표심은 '이변'이었을 뿐 '추세'가 되진 않았다. 강남 3구와 용산 유권자들의 표심을 들춰보면 이들의 선택은 '조세 저항 연대'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통합당, 강남 3구·용산에서 '핀셋 승리'
강남 3구 지역구는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갑·을·병 등 총 8개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가장 낙후한 지역인 송파병을 제외하고 대체로 고가의 아파트 단지와 빌딩들이 즐비해 있다. 1970~80년대 강남 개발 직후 지어진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도 많다.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예민하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신설되고 각종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자 강남 3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줄곧 보수정당이 우세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달라졌다. 강남 민심이 조금씩 민주당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8개 선거구 중 강남을·송파을·송파병 등 3곳을 차지했다. 2017년 5월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강남 3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선 처음으로 강남과 송파 구청장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잇달아 발생한 '이변'은 대세가 되진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은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차지한 강남을, 송파을을 탈환하며 강남 3구 8곳 중 총 7곳에 깃발을 꽂았다. 강남갑엔 태영호(주민등록상 이름 태구민) 전 북한 주영국대사관 공사가, 강남을엔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밖에 유경준(강남병), 김웅(송파갑), 배현진(송파을), 윤희숙(서초갑), 박성중(서초을) 당선자가 모두 통합당 소속이다. 민주당 당선자는 송파구병 남인순 후보뿐이다.
용산에선 통합당 권영세 후보가 당선됐다. 강북지역에서 당선된 유일한 통합당 후보다. 용산은 서울에서 비교적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용산은 한남동과 동부이촌동 등의 재건축·재개발 문제부터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등 개발 현안이 많은 지역이다.
부동산 정책 때문에 다시 통합당으로 '유턴'
강남 3구와 용산 유권자들의 표심엔 무엇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왜 이들은 '민주당'을 버렸을까. 정부가 12·16 대책과 2·20 대책 등 부동산 규제대책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강남주민 상당수가 공시가격이 9억 원 넘는 부동산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됐다. 게다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재건축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아파트값까지 하락세다.
통합당은 이런 민심을 파고들어갔다. 첫 탈북민 출신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태구민 당선자는 종부세 개정을 공약 1호로 내세웠다. 종부세 대상 주택가격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실거주자 종부세 면제, 상속·증여세율 인하,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배현진 송파을 당선자 역시 9000가구가 넘는 헬리오시티의 민심을 잡기 위해 거래세·종부세를 인하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헬리오시티의 경우 가장 작은 평수 호실의 가격(시세)도 10억 원을 넘어 모든 세대주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민주당 역시 관련 공약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기조와 어긋나기에 공약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UPI뉴스에 통합당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이유로 "종부세 등 부동산 정책 같은 정부의 강력한 집값대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호남과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결집을 하니까 이에 따른 역결집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남 3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고, 종부세 등 부동산 정책으로 경제가 나빠지면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