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혐'이요? 우리는 중국인을 위해 기도해요"
조채원
ccw@kpinews.kr | 2020-01-31 19:13:40
31일 오전 11시경 서울 명동 거리. '적막감이 흐를 정도'는 아니지만 거리는 확실히 평소보다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명동 풍경을 바꿔놓은 거다.
이날 국내에선 11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1주 이상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확진자는 더 빠르게 늘 가능성이 있다. 그 흐름을 타고 중국에 대한 혐오도 점증하는 기류다. 제1야당 사람들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입에 올리며 '중혐'을 부추기는 중이다.
중국 관광객들도 이를 의식한 듯 "중국에서 왔느냐"고 물으면 예민하게 반응했다. 인터뷰를 아예 거절하기도 했다. 이유를 묻자 "지금 한국에서 중국 엄청나게 욕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의 '중국인 경계' … "지나치다" vs "이해한다"
일행과 중국어로 대화하며 거리를 걷고 있는 젊은이를 어렵게 불러세웠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온 대학생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물론 심각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위생에 신경쓰고 안전 수칙을 지키면 큰 문제가 아닐텐데, 사람들이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중국 혐오 현상에 대해 물었다. '중국인 입장을 금지한다'고 써 붙인 한 편의점 사진과 기사도 보여줬다. 즉각 "지나치다"고 했다. 그는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중국인을 비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전 세계가 함께 협력해서 해결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지린성에서 왔다는 정 모 씨는 "중국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중국인 입국 금지' 의견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았다. "정상이다, 바이러스는 자기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공개적으로 붙어있다는 건 화날 일이지만 그렇다고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홍콩 대학생 두(18) 씨도 한국인들의 '중국인 입국 금지' 목소리를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홍콩은 지난 27일부터 후베이성 주민이나 최근 14일 이내에 이 지역을 방문한 이들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를 많이 샀냐"는 질문에는 "필요한 만큼 샀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도 마스크가 필요할 텐데 굳이 '싹쓸이'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다. 사람이 많은 관광지를 다니는 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출입국 수속을 할 때 증상 유무를 확인할 것이고, 그 역시도 스스로 잘 대비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들 가족은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동으로 간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베트남에서 자녀와 함께 온 여성 AN은 "중국인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호텔에서 중국인들과 종종 마주하지만 그들과 소통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지키면 된다"며 마스크와 휴대용 손 세정제를 꺼내보였다.
AN은 중국인 혐오 분위기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우리는 중국인을 위해 기도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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