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인정' '구속 부당' 검찰과 조국 절반의 승리 거뒀다
주영민
cym@kpinews.kr | 2019-12-27 10:48:54
검찰, 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기각 시 후폭풍 상존
# 범죄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 경위와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춰보면 '증거를 인멸'할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후퇴됐고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 다만,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영장실질심사 당시의 진술 태도, 배우자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피의자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가 이뤄진 점, 피의자가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보면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담당한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밝힌 이유다.
권 판사는 오랜 검토 끝에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도주 우려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권 판사의 결론이다.
결국, 법원은 조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향후 검찰과 조 전 장관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모두 인정되고, 직권을 남용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고 검찰의 영장 청구 취지를 그대로 인정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이 사건 범죄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추가 영장마저 같은 상황을 맞을 경우 '표적수사'라는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 조 전 장관 수사의 절정을 달려온 검찰의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먼저 영장 기각 사유가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구속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 자체가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춰볼 때 법원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분명 검찰의 성과로 봐야 한다"며 "구속 여부는 조 전 장관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 이번 법원의 기각 내용을 보면, 다른 영장심사결과와 다르게 '배우자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이라는 사유가 제시된다.
정경심(57·구속기소) 동양대 교수의 상황이 남편인 조 전 장관의 구속을 면하게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등 15개 혐의로 기소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면, 법원이 구속 결정을 내리지 않게 한 조 전 장관과 변호인단의 1차 승리라는 시선도 있다. 검찰이 제시한 구속 사유에 대해 조 전 장관 측이 법원을 잘 설득한 결과라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감찰 종료 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상의해 유 전 부시장을 사직시키기로 하고 금융위에 이첩했을 뿐 △여느 문서들처럼 유 전 부시장 감찰 기록도 보관 기간이 1년을 지나서 파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조 전 장관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의 의견을 검토해 감찰 결과를 처리했으므로 '직권남용의 피해자'는 없음 △조 전 장관이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는 만큼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받아야 함 등을 제시했다.
조 전 장관 측의 이같은 주장을 법원이 일부 받아 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조 전 장관 측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소명보다는 반드시 구속이 필요한 사유인지에 대해 집중한 점이 구속을 면한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구속을 피하고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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