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르고 대피→다시 모텔로…방화용의자의 의문스러운 행보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19-12-22 15:03:47

광주광역시의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 투숙객이 22일 새벽 불을 질러 1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는 참변이 발생했다. 방화 용의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질렀다가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도피하면서 자신의 짐까지 챙겨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A(39)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광주 두암동의 한 모텔 3층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 33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 22일 오전 5시4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5층 규모 한 모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투숙객 1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쳤다. 사진은 방화 용의자의 모습. [뉴시스]

이 불로 1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쳐 인근 병원 8곳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으로 옮겨진 투숙객 중 일부는 귀가했지만 일부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생명이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방화 용의자 A 씨는 이날 0시쯤 모텔로 들어가 3층 방에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처음에는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뒤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를 둘둘 풀어 올려놓았다가 불길이 거세게 일자 이불을 덮고 객실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씨는 다시 모텔방에 들어가 자신의 짐을 챙겨 나왔다. 짐을 챙겨 나오다 연기를 마시고 화염으로 등에 화상을 입는 A 씨는 모텔에서 가장 먼저 대피해 구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대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불을 질렀는데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A 씨가 불을 낸 객실 방문을 열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도 방문을 열자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의 방에서 불이 급속히 번진 점 등을 토대로 화재 초기부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를 찾아 나섰다. 이어 병원에서 치료 중인 A 씨가 비교적 초기에 대피해 그을음 흔적이 적은 점 등을 토대로 "불을 질렀나"라고 추궁했고, A 씨는 결국 범행을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화재는 오전 5시 45분께 발생해 30분여 만에 진화됐다. 5층짜리인 모텔에는 32개의 객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3층 객실에서 시작돼 4~5층 투숙객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 217명, 소방차 등 장비 48대를 동원해 진화와 인명 구조를 했다.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했을 당시 모텔 3~5층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화재 당시 현장에는 시꺼먼 연기가 순식간에 번지면서 한 여성 투숙객이 4층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하는 등 아비규환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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