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춘재 8차 사건 국과수 감정 조작의혹 사실로 확인"
이민재
lmj@kpinews.kr | 2019-12-12 19:53:12
'진범 논란'이 일었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춘재 8차 사건을 조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준철)는 재심청구인인 윤모(52) 씨를 당시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체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분석을 실제로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 결과와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은 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 등이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과수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수많은 체모의 중금속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회신한 뒤, 윤 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당시 경찰도 이 같은 조작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해, 이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앞서 윤 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은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에 대한 분석 결과가 시기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되자 윤 씨를 포함해 여러 수사 대상자들의 체모를 건네받아 검사했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검거하면서 체모의 중금속 성분 분석 결과를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다산 측은 8차 사건 이후 윤 씨가 경찰에 연행되기 전·후 시점의 범인 체모 분석 결과를 볼 때 감정서 조작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다산이 공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범인 체모 내 여러 성분의 분석 수치는 이 시점 사이에 최대 16배 넘게 차이가 난다.
다산은 지난 4일 검찰에 낸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의 감정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두 체모가 동일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씨가 연행되기 전에는 (국과수가) 16가지의 성분을 추출해 분석했는데, 유죄의 증거가 된 감정 결과표에는 4개의 성분이 빠져 있다"며 "40% 편차 내에서 일치하는 성분의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일부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라고 강조했다.
다산과 함께 윤 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연행되기 전이든 후든 똑같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 체모로 감정을 했다면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며 "어떤 체모가 어떤 감정에 사용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조작)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