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자원순환센터 설립 놓고 '주민소환' 갈등

손지혜

sjh@kpinews.kr | 2019-12-09 08:43:21

구청 "이미 협의를 거쳐 다 확정된 것, 되돌릴 수 없어"
반대 측 "우리가 쓰지도 않은 거 왜 들여오냐" 반발
"주민소환제 청구 무산…알고보니 악법이더라" 비판

"재활용시설물은 환경적 영향 없다" vs "서울시 쓰레기 왜 우리 동네에"
"시설은 지하로, 생활 SOC도 설립" vs "축구장 짓자고 쓰레기장 들이나"
"폐기물 트라이앵글 만들 것" vs "MOU 모호해 불확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어야 한다와 짓지 말아야 한다의 의견이 수평선을 달린다. 어느 누구도 접점을 찾기 위해 의견을 굽힐 수 없는 상태다. '구청의 전횡'이라고도 '지역이기주의(님비)'라고도 볼 수 없다. 각자의 처지가 달라서다.

▲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의 위치도와 조감도. [은평구 제공]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어떤 시설이길래

은평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품 선별 시설이다. 플라스틱, 병류, 비닐류 등을 회수해 분리하는 '자원 재활용 시설'의 기능과 일반·대형폐기물을 단순하게 옮겨 실어 당일 이송하는 '생활폐기물 옮겨싣기 시설'의 기능을 한다.

이는 2025년 수도권 매립지의 쓰레기 반입이 끝남에 따라 지어지기로 계획됐다. 총 사업비는 999억 원(국비 91억 + 시비 106억 + 서대문 150억 + 마포 188억 + 은평 354억)이 들어간다.

은평구 관계자는 이 시설이 심각한 폐기물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서대문-마포-은평 트라이앵글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는 3개 구의 음식물을, 마포구는 3개 구의 소각 폐기물을, 은평구는 3개 구의 재활용을 분담해 처리하는 광역단위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

그러나 은평구 진관동의 주민들은 "우리가 딱히 쓰지도 않는 시설을 왜 우리가 끌어안아야 하나"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은평구 김진회·이연옥 의원에 주민소환제를 추진했다.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제동을 제대로 걸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주민소환제도 명과 암

"주민소환제도는 악법이다" 주민소환청구를 진행한 김한영 씨는 주민소환제를 이렇게 표현했다.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자치법 제20조에 규정된 주민소환은 민주성을 강조하는 법률인데 김 씨는 왜 주민소환제도를 이렇게 보았을까?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60일간 주민소환청구인 대표자 김한영씨를 포함한 188명의 수임인들은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기 위해 필요한 서명의 수(진관동 투표권자의 20%, 8798명)을 채우기 위해 발벗고 뛰었다. 이 결과 김진회·이연옥 의원 모두 필요서명수인 8798명을 넘겨 최종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진관동 구의원 주민소환모임'은 은평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서명부를 제출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주민소환 투표 청구인 서명부'를 제출한 것.

그러나 주민소환청구인대표자인 김한영씨는 "주변에서 주민소환이 무산됐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처음에는 일을 열심히 안했구나 생각했는데, 제도적으로 서명을 받기가 너무 힘들게 되어있다"며 주민소환제도가 악법인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아파트에 게시물을 붙여서도 안되고 방송을 해서도 안된다. 오로지 면 대 면 홍보만 해야 한다"면서 "낮에 찾아가면 사람이 없고 밤에 찾아가도 부부 중 한 명만 집에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거리에서 서명을 받을 때에도 확성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불특정 다수에게 서명을 부탁해서도 안된다"면서 "오로지 특정한 사람들에게 작게 작게 부탁드려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0조에는 서명 요청 활동에 대한 법적 제한이 명시돼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실제로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나와있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0조(서명요청 활동의 제한)을 보면 서명 요청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주민소환투표권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공무원은 서명 요청에 참여할 수 없다. 또 인쇄물·시설물 그 밖의 방법을 이용해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다.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 선관위가 서명부에서 △소환투표청구권자가 아닌 자의 서명 △누구의 서명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서명 △서명요청권이 없는 자의 요청에 의하여 행하여진 서명 △중복 서명 △서명요청기간 외에 이루어진 서명 등을 확인해 서명을 무효처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경우 선관위의 심사 과정에서 인적 사항 누락과 이중 서명 등을 이유 때문에 최종적으로 주민소환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설령 서명부가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투표의 문제가 남아있다. 김 씨는 "평일날 (주민소환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이라는 투표수가 나오겠나"라면서 "물론 민주적이고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는 사람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악법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주민소환이 확정되려면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하며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설립된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는 종료된다. 때문에 각 지자체는 자체 매립지 조성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은평구 생활지원 김재영 팀장은 "폐기물 시설이라는 게 어느 지역이든 반기는 시설은 아니지만 이를 지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입장이다"라면서 "자체 폐기물 처리를 외부 민간업체에 맡기다 보니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서다"라고 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그 지역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그 지역에서 처리를 하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곳은 금천구랑 은평구밖에 없다. 광역자원순환센터가 건립되면 서대문(음식물 폐기물)-마포(생활 폐기물)-은평(재활용 폐기물)의 '폐기물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지니 폐기물을 처리할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되돌릴 수가 없다. 이미 국비나 예산 편성을 다 받은 상태여서다. 김 팀장은 "(부지가 맞닿아 있는) 고양시, 은평구, 환경부, 서울시, 국무총리실에서 협약을 한 상황"이라면서 "예산 편성과 부지 선정이 이미 다 끝났으니 사업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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