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79세 치매환자에게 DLF 판 은행, 손실의 80% 배상하라"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19-12-05 16:51:50

분쟁조정위 열어 "금융사, DLF 투자자 손실 40~80% 배상하라"
처음으로 과도한 이익추구 영업전략 등 본점 책임 배상비율에 반영

79세 A 씨는 건강이 좋지 않다. 난청에다 치매환자다. 이렇다 할 투자경험도 없다. 그런 그가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라는 금융파생상품에 거금(1억1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원금을 날렸다.

DLF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금융상품인데, 투자 문외한일 뿐 아니라 건강도 좋지 않은 A 씨가 어쩌다 이런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게 됐나.

은행의 '꼼수'가 작용했다. A 씨에게 해당 상품을 판 은행은 A 씨의 투자자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했다.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없이 서명하도록 했다.

결국 불완전판매였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 80% 배상 결정을 내렸다. 금융당국 분쟁조정 사례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5일 원금 손실로 물의를 빚은 DLF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판매 금융사들이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DLF 분쟁조정 사례 [금융감독원]

김상대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이번 분쟁조정엔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과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점을 최초로 배상비율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은 영업점 직원의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결정해왔다"고 김 국장은 부연했다.

분조위는 부의된 6건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그 이유로 손실 감내 수준 등 투자자 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는 게 아니라 DLF가입이 결정되면 은행직원이 서류상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 등으로 임의작성한 점을 꼽았다.

또 초고위험상품이 DLF를 권유하면서도 '손실확률 0%', '안전한 상품'이라고 할 뿐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의 위험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분조위는 "이번 분쟁조정은 불완전판매에 한정되었으나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재조정 가능함을 조정결정문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김상대 국장은 "사기 여부는 고의를 입증해야 하므로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이 밝힐 수 없는 문제"라며 "사법당국이 사기로 판결할 경우 원금 100%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 조정결정문에 그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까지 분쟁조정 총 276건을 접수해 이중 만기상환이나 중도환매로 손실이 확정된 210건을 분쟁조정 대상으로 결정했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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