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화문에 광장문화 심으면 저질 집회 사라질 것"

손지혜

sjh@kpinews.kr | 2019-11-27 13:05:37

광화문시민위원회 김원 위원장 "집회 문화는 국민의 의식수준 반영"
"정치적·극단적·폭력적 집회는 비극…타협의 여지가 있는 주장 필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중앙분리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대표이자 광화문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외국의 도시계획 책에서는 우리 광화문을 이렇게 비하한다"며 문화적 집회와 시위를 위해서 광화문 광장이라는 장소를 재편하는 것부터 시작해 '광장 문화'를 새로 쓰는 방식으로 좁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27일 개최한 '광장민주주의와 성숙한 집회·시위문화' 토론회에 대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광장으로 바꿀 수 없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토론회"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김원 광화문 시민위원회 위원장 [손지혜기자]

ㅡ광장 자체가 바뀌면 집회 문화도 바뀔까

"집회 문화라는 것은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문화의 척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을 한다.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2016년 촛불집회 당시 유일하게 교보 그룹에서 화장실을 개방했다.  개방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편히 볼일을 볼 수가 있었겠나. 지금 우리 광장에는 광장의 동반자라고 볼 수 있는 음수대나 화장실 등이 없다. 아무 때나 화장실 갈 수 있고, 목마를 때 물이라도 사 먹을 수 있고, 여름에 녹지가 만들어지는 등이 좋은 광장을 만드는 요소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집회 말고도 문화 예술적 모임을 가지게 돼 앞으로의 집회 문화를 새롭게 쓸 수 있다고 본다."

ㅡ어떻게 바뀔까

"광장의 성격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뀐다면, 사람들이 선별적이고 선택적으로 광장에서의 액티비티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광장에서 문화 행사가 자주 열리고 행사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자연적으로 전광훈 목사의 집회 등은 도태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 쪽에서 전광훈 목사가 집회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첼로를 연주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누구한테 가겠나?

젊었을 때의 유럽 유학 시절, 퐁피두 앞 광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있었는데 야바위꾼 중 서투른 사람한테는 안 몰리고 깜짝 놀랄만한 재주를 가진 사람한테 사람들이 몰린다. 우리는 이것을 일종의 오토노미, 자율적 선택 체제라고 부른다."

ㅡ유럽의 집회 문화에서 배울 점은

"유럽에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트래펄가 광장에서 누구든 어떤 얘기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허튼소리를 하면 웃고 가버린다. 옳은 소리를 하면 점점 몰려들어서 박수를 치고 세력화가 된다. 그거야말로 시민들의 선택에 의해 힘이 생기는 집회 아니겠나.

너무 정치적이고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집회는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정서적이기도 하고 문화적이기도 해야 한다. 주장도 타협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거 어때?" 라고 물었을 때 "그거 아니야"라며 다양한 의견들도 나올 수 있다."

▲ 서울시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시가 발표한 준공 이후 광화문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ㅡ걸림돌을 꼽자면

"광장이라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광화문의 '문' 자체가 위엄을 되찾아야 한다. 먼저 역사적으로 광화문이라는 장소의 가치를 의식하면 시위 문화도 바뀔 것이다.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계몽 군주가 빛으로 백성을 변하게 하자는 뜻'을 붙여 광화문이라고 하자고 했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아무 때나 가서 몽고 텐트를 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중론이 형성될 거다.

또 광화문의 '광장'같은 느낌을 살려야 한다. 광장이라는 것은 적절한 높이의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광장으로부터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의 적정 각도는 27도다. 지금 광화문 광장은 주변에 너무 정리가 안 되어있다. 600년 동안 광장을 위주로 도시계획을 해왔더라면 좀 더 나은 광장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주변의 건물, 녹지들이 광화문 광장을 좋은 광장으로 만들텐데 현재 이런 게 없다는 게 큰 한계로 작용한다.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시설들이 들어선다면 사람들이 자연히 모이게 되고 좋은 광장문화가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ㅡ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사대문 안에 차 없는 거리를 주장한 지 30년이 넘었다. 차가 없어지면 종로가 어떻게 될까? 녹지가 조성되고 잔디도 깔릴 것이다. 거기에는 차가 안 다니기 때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도 어렵다. 도시에서 산이나 물을 보고 살 수 있다면 사람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 병실에서 보인 창을 통해 녹지를 본 환자하고 콘크리트 벽을 본 환자하고 회복의 속도가 다르고 진통제 투여 횟수도 다르다는 실험도 있듯."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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