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2024, 씨네필이 놓쳐선 안 될 다섯 편은?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 2024-09-27 15:19:42

업계 불황에 활력 넣나...63개국 279편, 참가국수↓ 상영작수 70편(8%)↑
10월2일~11일 영화의전당·CGV센텀시티·롯데시네마센텀시티 등 7곳 28개 스크린
'전,란' '영혼의 여행' '아노라'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 '룸 넥스트 도어' 등 주목

▲ 부산국제영화제2024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전,란' [BIFF]

 

10월은 한국 영화계 최고의 축제 기간으로 '영화의 달'로 불린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로 29회째를 맞는 BIFF는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영화의 도시' 부산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영화가 칸, 아카데미 등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는 탓에 이제 BIFF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올해 BIFF에는 전세계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신작에서부터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 영화제  특유의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영화시장은 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K-컬쳐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BIFF 지원 예산도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였다. 이 때문에 여러모로 올해 행사가 예년보다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기우인 듯하다. 올해 BIFF엔 전 세계 63개국에서 출품한 279편의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참가국은 6개 줄었지만 상영작은 오히려 70편(8%)이 증가했다. 특히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작품이 99편에 달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영화광으로 불리는 '시네필'(Cinephile, 영화의 친구)이라도 어떤 작품을 골라봐야 할지 곤란할 지경이다. 부산 하늘을 수놓을 BIFF 기대작 중 놓치면 후회할 작품은 어떤 것들일까.

우선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 '전, 란(戰, 亂)'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개막작은 주최 측이 가장 고민해서 결정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여러면에서 유의미하다. 그만큼 의미 있고 화제성을 겸비한 작품이란 얘기다. 특히 이 작품의 화제성은 여럿있다.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과 넷플릭스가 처음 손잡았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BIFF 역사상 첫 'OTT오리지널영화'가 무대에 올려진다는 점도 화제가 되긴 충분하다.

OTT가 영화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란 점에서 보면, 이번 협력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달 11일 사이트에 공식 업로드되는 자체 대작을 부산영화제에 내놓은 넷플릭스의 결정도 하나의 뉴스거리인 셈이다. BIFF측이 '전, 란'을 개막작에 배치한 것은 OTT플랫폼과 융합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전략적 선택으로도 읽힌다.

 

'전, 란'은 사극이면서도 드라마, 액션, 정치 요소가 버무려진, 10월 넷플릭스의 대표적 기대작이다. 조선 시대 무신 집안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박찬욱식 유머 코드도 쏠쏠한 재밋거리다. 여기에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걸출한 연기자들의 주옥같은 연기는 왜 이 작품이 부산영화제의 개막작을 꿰찼는지 말해준다.


개막작이 대중성이라면 폐막작은 작품성이다. 폐막작 '영혼의 여행'은 작품성을 추구하는 시네필들의 욕구를 충족할 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시아계 거장 에릭 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이력만큼이나 영화는 작가주의적 성격이 깊게 묻어난다. 출연진도 화제다. '쉘부르의 우산'에서 이름을 알린 프랑스 대배우 '카트린느 드뇌브'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세계적인 샹송 가수 클레어(카트린느 드뇌브)와 그의 열렬한 팬인 유조(사카이 마사아키)가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클레어와 도쿄 콘서트를 전후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남녀주인공의 영혼이 만나 겪는 이야기다. 사후 세계를 매개로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게 한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인 '아이콘' 부문 초청작, 숀 베이커 감독의 미국 영화 '아노라'(Anora)도 놓치면 아까울 듯하다. 영화는 미국 영화로는 2011년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 처음 지난 5월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칸에서 경쟁작 중 유일하게 3점을 넘는(3.3점) 높은 평점을 받으며 무대에 우뚝섰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다룬 영화로 관객의 호응을 받아온 베이커 감독은 이 영화에선 젊은 여성 스트리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신데렐라 스트리퍼가 시부모로부터 마치 동화와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인 마이크 매디슨의 압도적인 연기는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생생한 실제 이야기를 필름에 담은 다큐멘타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볼 만하다. 월드K-팝스타 알엠이 지난 5월 발매한 두번째 솔로 앨범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 제작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대중성을 겸비한 신작이나 국제적인 화제작을 선보이는 BIFF 오픈시네마 초청된 작품이다. 영화는 K-팝 다큐 영화로는 처음으로 BIFF 대규모 야외상영된다. 메가폰은 제이홉의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의 더블 타이틀곡 '방화(Arson)', '모어(MORE)'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했던 이석준 감독이 잡았다. BTS팬이 아니더라도 감상해볼 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란 평과 기존 한국 다큐 영화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베니스영화제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룸 넥스트 도어'도 부산영화제 무대에 오른다. 이 영화는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지난 7일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첫 상영 후 무려 18분간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베니스영화제의 하나의 역사가 됐다. 이번 BIFF에선 이미 전석이 매진됐다. 영화는 여성의 우정, 삶과 죽음, 안락사 등에 대한 진실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과 친구역을 맡은 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의 절정의 연기력은 한국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전망이다. 영화는 10월 중 국내 극장 개봉도 앞두고 있다.

 

한편 올해 BIFF에선 2023년 세상을 떠난 고(故)이선균 배우에게 '한국영화공로상'을 선사한다.  주최측은 "배우 이선균은 동시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대표적 배우로 그종안 봉준호, 홍상수 등 한국의 주요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10월 부산을 달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은 이제 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총 279편은 관내 7개 극장 28개 스크린(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메가박스 부산극장,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에서 관객을 맞는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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