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집 앞까지 간 삼성전자 노사 갈등…책임 공방 속 악화일로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8-01 18:54:18
이재용 자택 앞 항의…국회·법조로 연대 확대
노조 존중·수정안…해석 두고 노사 충돌
갈등 장기화 속 노조 조합원은 증가세
삼성전자 노사가 사흘간의 '끝장 교섭'에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정현호 부회장을 겨냥했던 노조의 화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이동했다. 갈등 장기화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문제 해결을 위해 그룹의 오너인 이재용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2020년 이재용 회장이 노동3권과 노조를 인정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 회장은 무노조 경영 철폐 약속을 지키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직접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이 출장 중인데도 자택 앞을 기자회견 장소로 잡은 이유는 상징성 때문. 노조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임금 교섭 당시 이 회장 자택 앞에서 91일간 시위를 진행한 끝에 재충전 휴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끝장 교섭 결렬…'무노조 경영' 사회 쟁점화로 확대
임금 협상으로 시작한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6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 중재까지 거쳤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달 8일부터는 창사이래 첫 노조 총파업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노사가 진행한 마라톤협상(7월 23일)과 이번 끝장교섭(7월29일~31일)도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손 위원장은 "2박3일간 집중 교섭하며 총파업을 끝내려 했지만 회사측이 힘겨루기 하듯 노조측 안건을 수용하지 않아 합의가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파국의 책임이 사측에 있다'고 보고 쟁의의 목적을 '임금 교섭'을 넘어 '무노조 경영 폐기'로 확대할 방침이다.
오는 5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노조 경영'을 사회이슈화 할 계획이다. 노조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학계와 인권단체, 법조계 등과 연대도 추진한다.
노조 존중?…'안 한다' vs '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회사가 노조를 무시'하고 '직원들이 없어도 생산에 차질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특히 '회사가 지난 5년간 단 한 건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은 건 노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노동3권 위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손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율 0.5%는 상징적 의미였는데 회사는 0.1%, 0.001% 인상도 절대 안된다고 했다"며 "안건을 한 가지만이라도 수용했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서 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다른 얘기를 한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수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도 존중했다는 입장이다.
수정안은 △노조 총회 8시간 근무시간 인정 △전 직원 여가 포인트 50만 원 지급 △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 2024년에 한해 연차휴가 의무 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이다.
앞서 노조는 △노조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5.6%(기본 3.5%+성과 2.1%)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EVA→영업이익)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해 왔다.
노사, 수정안 해석도 각각…갈등 장기화 국면
수정안에 대한 노사 해석은 충돌한다. 회사는 수정안이 △노조 창립 휴가 1일을 사실상 인정하고 △여가 포인트 50만 원은 임금인상률 0.5%를 상회하며 △의무 휴가일 축소로 무노동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본다. 노조 의견 수렴 방침은 노조를 존중하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총회 8시간을 4시간씩 이틀로 나눠 사용하는 것만 인정해 4시간 근무를 위해 출근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휴가 의무사용일 수 축소는 직원들의 휴가 사용 요구에 반하며 '여가포인트 50만 원 받자고 직원들이 폭우 속에서 파업 결의 대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전삼노 이현국 부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의 '임금교섭 타결금'으로 200만 원 포인트를 요구했는데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다시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도록 회사가 노조를 존중하고 노동자의 성과를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첨예한 입장차가 반복되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극적 타결'만이 해법이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전자 노조는 국회 앞 기자회견에 이어 기흥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직원들에 대한 집단 산재를 신청하고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노동단체들과도 연계해 파업을 이슈화할 계획이다.
전삼노 조합 가입자 수는 1일 오전 8시 기준 3만6341명이다. 지난 1주 동안에도 2174명이 추가로 가입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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