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심화에 장기화 가능성까지…총수 사법리스크로 숨죽인 재계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1-22 18:25:37

이재용·최태원·구광모, 올해도 소송 지속
사법리스크 장기화하며 기업 경영에 위기
법정 밖 여론전까지 가세하며 피로감 심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올해도 사법리스크 대응으로 분주하다. 법정 출두부터 여론 관리까지 재계 총수들의 시선은 법정을 향해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장기화로 기업 경영은 여전히 힘겹지만 사법리스크는 갈 길 바쁜 총수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위기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사 제공]

 

이재용 회장에게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건으로 재판부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문제로, 구광모 회장은 LG가 세 모녀와 상속 유산 건으로 소송 중이다.

 

재판부를 향한 눈…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건 선고

 

이 회장에 대한 선고는 국내외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내달 5일 이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 등에 대해 선고를 한다. 당초 이달 26일에서 열흘 연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3년4개월 동안 무려 106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까지 포함해 9년째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이재용 회장 엄벌 촉구 탄원서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재판부 판결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 활동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법리스크 장기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검찰에서, 유죄 판결 시에는 삼성측에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까지 최소 3, 4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만일 이 회장에게 3년 이하의 징역과 집행유예가 내려지면 구속은 피한다. 삼성으로선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재판부가 누구 손을 들어줄 지는 알기 어렵다.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이 회장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시민 2000여 명이 연대 서명을 했다.

외형은 가족 분쟁, 속내는 경영권 재판…SK·LG 소송

 

최태원, 구광모 회장의 소송은 그룹 지분이 연루된 경영권 재판이다. 하지만 외형이 가족간 분쟁 형태를 띄고 있어 두 사람의 소송에는 민심 재판까지 더해졌다. SK와 LG는 새해 벽두부터 이어지는 여론전으로 더욱 골치가 아프다.

최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2017년 7월 시작돼 2022년 12월 1심 선고에 이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판결 내용이 노 관장이 요구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의 SK㈜ 주식의 50%(649만여주) 분할 요건에 못 미쳤다는 것. 상대를 자극하는 여론전이 펼쳐졌고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양측 모두 1심에 불복하며 2심으로 심화됐다. 노 관장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액수를 기존 1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늘렸다.

이혼 소송에 더해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 원대의 위자료 소송까지 제기했다. 최 회장과의 불륜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났다는 이유였다. 노 관장이 김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 18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고 오는 5월 9일 차회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LG가(家)의 재판은 2018년 별세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 상속 절차가 주요 이슈로 부각돼 있다. 구 선대회장의 상속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 대립해 있다.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씨와 여동생인 구연경, 구연수 씨는 상속회복청구 소송에 이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장외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세 모녀측은 LG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경영권 확보에 있다. 이에 대해 구 회장과 회사측은 경영권 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도 부담스러운데 장기화 가능성까지…기업 피로감도 심화

 

SK와 LG의 재판은 내달 법관 인사에서 재판부 변경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장기화할 조짐이 농후하다. 길어지는 재판으로 그룹 내 피로감도 쌓이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들의 사법리스크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해 장기화되는 건 더욱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장님들 재판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기업에 부담을 준다"며 "상대측에서 여론전을 거듭하는 이유도 기업의 그같은 생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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