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삼성전자, 타결 조짐 없이 '생산 차질' 논쟁만 팽팽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7-15 18:34:11
'우리 과실 아냐'…양보 없는 책임 공방
합의점 안 보이는 대치에도 '장기화'는 우려
대표 노조 지위 만료 전 협상 타결 '기대'
삼성전자가 노조 총파업 일주일이 지나도록 노사간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여부도 노조는 '있다', 회사측은 '없다'는 주장을 펴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15일자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은 8일차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 결의 대회를 시작으로 1차 총파업에 들어갔다. 10일부터는 무기한 총파업까지 선언했다. 사측의 대화 의지가 없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였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노조는 12일 평택캠퍼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라인에 이어 이날 기흥 8인치 반도체 생산라인을 찾아 조합원들의 파업 동참을 촉구했다. 파업을 통해 직원들의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노조는 파업 기간 중 '분명한 생산 차질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총파업 이후 기흥 반도체 연구소 연구·개발 전용라인(NRD)의 투과전자현미경(TEM) 등 일부 분석 시설(WF SCRAP)이 마비됐고 8인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긴급 랏(LOT·웨이퍼 25장묶음)만 운영돼 3일치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천안의 일부 기술(GY)과 공정(EP) 설비 역시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down)고 했다.
특히 기흥의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반발한 다수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 지난 10일 6·7·8라인의 가동률이 80%에서 18%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13일과 14일 주말에는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 투입이 없어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고 했다.
노조는 노동환경의 열악함도 지적한다. 기흥사업장 6·7·8라인이 자동화가 되지 않은 수작업 반도체 생산라인이라 이 곳 여성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안좋다고 강조한다. 작업자들이 4조 3교대로 일하면서 웨이퍼 상자를 직접 설비에 넣고 빼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퇴행성 관절염과 신우신염, 우울증, 손가락 관절염과 같은 질병을 얻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생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설령 "일부 생산에 문제가 생겨도 제품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건강증진, 질병예방, 출장자 건강관리, 작업환경 개선 등으로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8인치 라인의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의점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주주 항의에도 노조는 회사측에, 회사는 노조에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8인치 라인에 대한 환경 개선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곳에서 생산하는 물품이 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레거시(구형) 반도체이고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자동화 작업이 언제 진행될 지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안도 회사측이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 협상 타결은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노조는 회사 측에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평균 임금 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 4가지 요구에 대한 답을 촉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회사 창립기념일도 휴무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노조 창립휴가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무임금 파업에 대한 보상은 더욱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률 3.5%도 적용하면 조합원 평균 임금 인상률이 5.6%가 돼 일반 직원의 5.1%보다 0.5%포인트 높아진다.
장기화 원치 않는 노사…대표 지위 만료 전 협상 타결?
다음달 4일 전삼노가 대표 교섭노조 지위가 만료된다는 점은 '혹시나' 합의 타결의 변수로 여겨진다. 양측 모두 파업 및 협상의 장기화를 원치 않아 일말의 '극적 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삼노의 대표 지위가 만료되면 회사측에서 삼성전자의 5개 노조와 각각 협상을 벌이거나 또 다시 '대표 노조 지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때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게 협상의 장기화다.
회사가 5개 노조와 각각 협상을 벌이는 일도 쉽지 않고 노조 내 대표 노조 선정에도 시일이 소요된다. 이달 중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협상 장기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는 삼성전자 노사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못한다. 회사는 '리스크 관리 부재'와 '미래 경쟁력 약화'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고 노조는 무임금 파업 후유증과 동력 상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를 막고 싶은 마음은 노사 양측이 같지만 협상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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