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민원건수 증가세…'민원 1위'는 메리츠화재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9-23 17:37:31
메리츠화재, 계약 10만 건당 민원 8.26건…업계 1위
올해 2분기 손해보험업계 민원 건수가 늘었다. 상품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보험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 건수는 메리츠화재가 가장 많았다.
2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민원 건수는 9933건으로 전기(9538건) 대비 4.1%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론 1.5% 늘었다.
민원 유형별로는 보상(보험금) 관련 민원이 7292건으로 1분기(6954건)보다 4.9% 늘었다. 전체 민원 10건 중 7건 이상(73.4%)은 보험금 보상과 관련한 민원이었다.
눈에 띄게 증가한 부분은 보험모집과 관련한 민원이다. 820건에서 975건으로 155건(18.9%) 급증했다. 보험모집 민원은 가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말한다.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불완전판매, 고객 상황에 맞지 않는 상품을 억지로 파는 부적합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6%에서 9.8%로 1.2%포인트 늘어났다.
상품유형별로는 자동차보험 민원이 2474건에서 2748건으로 274건(11.1%) 크게 늘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9%에서 27.7%로 1.7%포인트 증가했다. 자동차 사고 건수가 증가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7월 들어 침수피해가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3분기에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늘어난 것은 판매경쟁 과열 탓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상 관련 민원은 보험계약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늘 수 있지만 보험모집 민원은 보험사와 설계사가 제대로만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나쁜 지표"라며 "업계의 영업 관행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영업 중인 손보사 가운데 최다 민원을 기록한 곳은 메리츠화재였다. 메리츠화재의 보유계약 10만 건당 환산민원건수는 8.26건으로 전기(7.91건) 대비 0.35건 증가했다. 가교보험사 계약이전이 진행 중인 MG손해보험을 논외로 하면 업계에서 최고다. 현대해상(8.21건), 캐롯손해보험(8.02건)이 뒤를 이었다.
메리츠화재는 민원 처리 구조를 보여주는 숫자에서도 다른 주요 보험사와 확연히 구별되는 패턴을 보였다. 자체민원(2.32건)보다 대외민원(5.94건)이 2.5배 많았다. 자체민원은 고객이 보험회사에 직접 하는 민원이고 대외민원은 금융감독원 등 외부 기관에 제기하는 민원이다.
일반적으로 보험회사에 먼저 문의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외부 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곧장 외부 기관으로 향하는 것은 내부 처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화재는 자체민원 2.25건·대외민원 2.81건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해상도 자체민원 3.43건·대외민원 4.78건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속에 민원건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는 분위기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 감독·검사 모든 업무 추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보험 가입은 쉬우나 보험금 받기는 어렵다",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권 전체 민원의 46%를 차지하는 보험업계가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기조로 민원·분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분위기"라며 "전반적인 영업관행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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