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덕 '킥스대란' 모면…한숨돌린 보험사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9-01 17:27:20

2분기 중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개선세…보험부채 감소 영향
하반기는 우려…장기금리 상승 꺾이고 금리인하 가능성 커

위태로워 보였던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지난 2분기 개선세를 나타냈다. 하마터면 무더기로 금융당국 권고기준을 밑돌 뻔 했지만 때마침 장기금리가 오른 덕에 숨통이 트였다.

 

1일 KPI뉴스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회원 보험사 39곳의 2분기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생보·손보 모두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이 개선됐다. 생명보험 22개사의 2분기 말 킥스비율은 181.05%로 1분기 말(172.16%) 대비 8.89%포인트 올랐고, 손해보험 17개사의 킥스비율은 같은 기간 195.11%에서 201.90%로 6.79%포인트 상승했다.

 

▲ 2025년 1분기 및 2분기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 비교. [각 사 경영공시]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비율이 높을수록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은 150%(2분기 기준)다.

 

생보사 중에는 하나생명, 메트라이프, AIA생명을 제외한 19개사(86.4%)의 킥스비율이 올랐다. 손보사도 10곳(58.8%)이 개선세를 보였다. 동양생명이 127.16%에서 172.06%로 가장 크게 올랐다. △교보라이프플래닛(130.08%→165.77%) △KB라이프(233.48%→250.62%) △DB생명(150.50%→166.89%), 현대해상(159.43%→170.0%)도 두 자릿수 이상 개선됐다.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은 장기금리 상승 영향이 크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먼 훗날 지급할 보험금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미리 쌓아둬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 부채금액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년 후 1억원을 줘야 한다면 금리가 2%일 때는 현재 약 8200만 원을 준비해야 하지만, 금리가 4%로 오르면 6800만 원만 준비하면 되는 식이다.

 

장기금리는 대선 일정이 확정된 4월께부터 올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4월 말 2.56%에서 6월 초 2.89%까지 33bp(1bp=0.01%) 급등했다.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32bp, 31bp씩 뛰었다. 새 정부가 확장재정을 추구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렇게 높아진 금리가 보험사들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KB라이프는 경영공시에서 "장기금리 상승에 따라 운용자산이 줄어든 것보다 보험부채가 더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농협생명도 경영공시 자료에 "장기채 금리상승에 따른 순자산 증가로 킥스비율이 상승했다"고 적었고, DB생명도 "요구자본 대비 순자산이 증가해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올해 국고채 10년물, 20년물, 30년물 수익률 추이.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이처럼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았다면 '킥스대란'이 속출했을 수 있다ㅇ는 우려가 보험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IBK연금보험(138.36%), iM라이프(95.07%), KDB생명(43.32%), 푸본현대생명(-10.13%) 등은 권고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보험사 중에서도 DB생명(166.89%), 교보생명(152.74%), 한화생명(160.02%) 등 대형사들도 당국 권고기준인 150% 근처에서 아슬아슬했던 상황이다. 손보업계에서도 농협손보(130.21%), 롯데손보(108.68%), 하나손보(141.29%), 캐롯손보(67.06%), MG손보(-19.35%) 등이 150% 미달이었다.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앞으로도 녹록지 않다. 보험사들의 킥스 회복을 이끈 장기금리 상승 모멘텀은 7월 이후 확연히 꺾였다. 국고채 금리 추이를 보면, 10년물의 경우 7월 17일 2.905%까지 올랐던 것이 이후 하락 전환, 8월 말 현재 2.815%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20년물과 30년물도 마찬가지로 7월 중순 고점을 찍은 뒤 조정 국면에 들어선 흐름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위협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의 킥스비율은 다시 악화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 일단 숨통은 트였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금리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자본확충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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