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빅3 모두 뛰어든 '보험금신탁'…성장 궤도 안착할까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9-19 17:27:15

한화생명 가세…삼성·교보생명과 경쟁 구도 형성
"본격적인 성장 궤도 오르려면 규제 완화 필요"

지난해 11월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최근 한화생명까지 뛰어들면서 기존 삼성·교보생명과 '생보 빅3'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잠재 시장규모만 약 900조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 보험금청구권 신탁 개념도. [미래에셋생명 제공]

 

19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장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관련한 계약자들의 문의가 부쩍 활발해졌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계약자가 사망했을 때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가 대신 관리·운용해 지정된 수익자에게 전달하는 제도다.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한 상속 계획 마련'이다. 기존에는 보험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유족이나 수익자에게 한 번에 지급됐지만, 이제는 생전에 미리 지급 시점과 방식·금액 등을 원하는대로 설계할 수 있다. 

 

각 생보사를 통해 취합한 실제 상담내용을 보면 △"부모님보다 먼저 사망하는 경우 부모님께 사망보험금이 정기적으로 분할지급되도록 하고 싶다" △"낭비벽이 심각한 장남에게는 사망보험금을 한번에 지급하지 말아 달라" △"부부가 동시 사망하는 경우, 부모님에게 신탁관리를 맡겨 자녀들을 돌볼 수 있게 하고 싶다" 등 다양한 문의유형이 접수되고 있다.

 

60대 A 씨가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손자녀의 대학 학자금으로 활용하되 매년 나눠서 지급하도록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용했다. A 씨는 "한 번에 1억 원을 다 주면 잘못 쓸까 걱정된다"며 "손자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매년 1000만 원씩만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혼가정인 B 씨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가입하면서 신탁관리인을 별도 지정해 전 배우자 자녀에게도 사망보험금이 안전하게 전달되도록 했다. 현재 배우자가 그 아이를 위해 사망보험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다. 

 

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시장의 관심이 높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까지 누적계약 1013건, 계약금액 3199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250건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4배 성장했다. 교보생명도 8월 말 기준 누적계약 615건, 854억5000만 원의 계약금액을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자 이달 9일부터 한화생명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빅3' 구도가 형성됐다. 한화생명은 후발주자이지만 기존 종신보험 고객 기반이 탄탄해 시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1년 출범한 상속연구소를 중심으로 상속·증여 전문 조직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도 연말께 시스템 개편 등을 마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생보업계가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보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지난해 기준 약 882조 원 규모에 달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관련 시장이 안착된다면 성장성 한계에 부딪힌 생보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관리·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특히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3000만원 이상 사망보험만 신탁 대상이 되고, 재해·질병사망 등 특약사항은 제외된다. 보험계약 대출이 있으면 신탁 가입이 불가능하고, 수익자도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로 제한된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자산의 안전한 관리와 유족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활성화를 위해 법령상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희석 NH농협생명보험 변호사도 "주계약이든 특약이든 사망담보 수탁을 허용하고 신탁가능금액에 대한 제한사항도 신탁회사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맞다"며 "수익자범위를 법령으로 한정하는 것도 과도한 입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