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15개월 만에 최고…힘 받는 '11월 금리동결說'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1-04 17:06:28
"집값 포함하면 물가상승률 4%대…금리인하 어려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원·달러 환율은 고공비행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부담 요인이 보태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를 통화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7일 열리는 11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 동결할 거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4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지난해 7월(2.6%) 이후 최고치다. 농축수산물(+3.1%), 가공식품(+3.5%), 석유류(+4.8%) 등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난 8월 1%대(1.7%)로 내려갔던 물가상승률은 9월(2.1%) 다시 2%대로 올라서더니 10월에 더 확대됐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더 뛰어 유동성이 커진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3% 올랐다. '10·15 대책' 영향 등으로 상승폭은 축소됐으나 38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10월 금리 동결은 옳은 선택이었다"며 금리인하가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원·달러 환율도 강세를 떨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1원 오른 1437.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과 10월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0%포인트로 축소됐다.
지난달 29일엔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다. 한국 경제에 희소식이다. 그럼에도 환율은 143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등 유동성이 대거 풀린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까지 올해보다 8% 넘게 늘어난 728조 원으로 잡으면서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며 "이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증권시장이 호조세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곤 한다"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원화를 매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증시가 상승세임에도 환율까지 올랐다"며 "그만큼 통화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동결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물가 통계에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주거비란 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뜻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세를 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면 물가상승률이 2%포인트가량 더 치솟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10월 물가상승률에 2%포인트를 더하면 4.4%가 된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집값과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한은은 11월에도 4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동결을 예측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통령도 10월 금리 동결에 '옳은 결정'이라고 평가한 만큼 한은이 정부와 엇박자를 각오하고 추가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벌써 부동산대책이 3회나 발표될 만큼 정부가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0·15 대책은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집값이 아직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않은 지역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풍선효과'가 일어날까 미리 차단한 것이다. 원성이 클 수 있음에도 과감한 조치에 나선 건 그만큼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렸다가 집값이 더 오르면 자칫 한은에게 모든 책임이 쏠릴 수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한은이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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