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실 질책받은 세종시…시민 '급류 실종' 변명에 급급

박상준

psj@kpinews.kr | 2025-07-21 16:44:07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먼저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사과했어야

시민이 도심 하천에서 급류에 실종됐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몰랐던 세종시가 21일 대통령실의 질책을 받았다. 세종시는 뒤늦게 자연재난 피해가 아니라 인명피해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변명했지만 장마철 급류로 인한 실종을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세종시청. [KPI뉴스 자료사진]

 

내용은 이렇다. 폭우로 호우특보가 발효되면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상황을 토대로 보고 자료를 만든다. 최근 충청권 일원에 물폭탄이 쏟아져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세종시도 지난 17일 아침부터 상황보고 자료를 만들어 매일 언론사 출입기자에게 메일로 보냈다.


세종시는 지난 19일 오전 9시에 발표한 자료엔 토사유출, 범람, 침수와 공공시설 57건, 사유시설 37건의 피해 등을 나열했으며 사망자와 실종자는 해당사항 없는 것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오전 2시 21분쯤 40대 남자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어진동 다정교 아래의 급류에 실종됐다. 경찰이 실종된지 하루가 지난 18일 오전 1시 41분쯤 CCTV를 통해 확인했다. 황당한 것은 세종시가 그 다음 날 상황보고에 실종자가 없다고 기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의 재난안전대책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우상황 등 긴급 재난 시 소방본부, 자치경찰과 소통도 안 돼 공조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엇박자가 난 것이다.


논란이 되자 세종시는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소방본부가 재해본에 보고한 시점은 18일 오전 2시 2분이며 보고 당시 '회식 후 실종사건'으로 전달해옴에 따라 자연재난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해 인명피해 상황으로 접수, 관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문의 1패'라는 말을 들을 만한 하나 마나 한 변명이다. 시골도 아니고 정비가 잘 된 도심 한복판의 작은 하천이 급류가 된 것은 이틀간 장대비가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곳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모두 '단순 실종' 사건인지 재조사해야 할 판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종시에서 시민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음에도 무려 23시간 동안 지방자치단체 재난지휘부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나 잘못이 발견된다면 엄하게 책임을 묻고 철저하게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사고 자체에 대한 인지가 한참 늦었고,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세종시는 유사 사례 발생에 대비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지휘계통 보고 절차를 보완해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 여부를 보다 면밀히 판단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 소방·경찰 공동근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다. 세종시장은 잦은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시위에 앞서 재난 시 시민 안전에 더 집중해야 한다. 세종시가 향후 대응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먼저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사과했어야 했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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