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짜리가 17만원으로 둔갑…'주사기 매점매석' 금지할 만 했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4-15 16:44:13
주사기 원료 나프타 부족 우려…정부,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 금지
정부가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을 금지한 가운데 실제로 온라인쇼핑몰에서 주사기 가격을 작년보다 30배가량 높여 파는 사례가 발견됐다. 의료계에선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빠르게 조치해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15일 KPI뉴스가 확인한 결과 온라인쇼핑몰 쿠팡에서 한국백신 3cc 일회용 주사기(100개입)가 1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와 주사기를 취급한 적 있는 소상공인들은 모두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서울시 서초동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 모(30·여) 씨는 "그 주사기 작년 가격은 6000~7000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량 구매할 경우 5000원 이하로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갑자기 주사기 가격이 약 30배 폭등한 것이다.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 황 모(51·남) 씨는 "며칠 전까지 해당 주사기 가격은 11만 원이었다"며 "주사기가 모자랄 것 같으니 가격을 거듭해서 인상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다른 곳에선 돈을 내도 한국백신 3cc 일회용 주사기를 사기 어렵다. 한국백신에서 운용하는 한백몰을 비롯해 11번가, 다나와, 나비엠알오, 아이마켓 등 여러 온라인쇼핑몰에서 해당 주사기가 품절된 상태다. "누군가 매점매석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예방의약품 및 의료용구 전문업체 한국백신은 국내 주사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 정확한 눈금 △ 철저한 멸균 및 안전관리 △ 주사기 끝에 남는 약물 최소화 △ 낮은 손 피로도 등이 높게 평가받는다.
주사기 매점매석 우려는 주사기 원료인 나프타가 부족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비롯됐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필수 기초 원료라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플라스틱, 섬유, 고무, 주사기, 반도체,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으로 충당하는데 특히 중동산 수입 비중이 77%에 달한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 염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27일 나프타 수출을 전면금지했다.
간호사 이 씨는 "아직 매점매석 폐해가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은 아니다"면서도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빨리 나선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4일 0시를 기해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제조·판매업자는 주사기 4종, 주사침 3종을 폭리를 목적으로 고시에서 정하는 기준 이상 과도하게 보유해서는 안 된다. 판매를 기피해서도, 특정 구매처에 물량을 몰아줘서도 안 된다.
구체적으로 기존 사업자들은 작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거나 월평균 판매량의 110%를 초과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 작년 12월∼올해 2월 월평균 판매량을 넘겨서 같은 구매처에 팔아서도 안 된다.
신규 사업자는 제조·매입한 날부터 일정 기간(10일) 내 판매·반환하지 않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번 고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은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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