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산 축소 잇따라…K배터리, 볕들 날 멀었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0-24 16:37:55
美, 최대 1000만원 세액 공제 사라져
中 기업들 공격적 글로벌 진출도 악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사업 축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환경 규제가 뒷걸음질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회복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미국 포드는 23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과 함께 주력 픽업트럭 차종을 내년 중 5만 대 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디트로이트 공장의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고 내연기관 라인으로 직원들을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됐던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 공제가 지난 1일 종료됐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도 전혀 놀랍지 않을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생산능력 축소로 3분기 16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GM은 공시를 통해 "소비자 세제 혜택 폐지와 완화된 배출가스 규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캐나다에서의 전기 상용차 생산도 중단키로 했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에 281억 달러(약 40조3000억 원)의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든 13억7000만 달러(약 1조9000억 원)에 그쳤다.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판매가 늘었지만 관세와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 감소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판매 성장세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도 올해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기존 1년 단위 규제에서 2025-2027년 3년 평균 기준으로 완화했다"고 전했다.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키워온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큰 악재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지난해 57.8%, 올해 상반기에는 51.3%로 낮아졌다. SK온은 2023년 87.7%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2.2%를 기록했다.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기업들의 공급 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판매 증가보다 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가 더 컸기 때문에 석유화학이나 철강처럼 대규모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특히 미국 규제를 피해 중국은 유럽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은 연내 헝가리 공장을 신규 가동할 계획이다. 4위 업체인 중국 CALB는 2028년 가동 목표로 포르투갈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신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외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생산기반을 확보하여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게 유지해왔으나 중국의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로 경쟁 강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확보한 이익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전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는 한국 배터리 기업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그나마 매출의 15% 정도인 에너지저장장치(ESS)가 AI로 인한 수요 증가와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 인상의 덕을 보면서 반사 수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용 42기가와트시GWh, ESS용 8GWh의 배터리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에는 전기차용 30~40GWh, ESS용 30~40GWh로 전망돼 ESS 판매 확대가 전기차 배터리 출하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필수 소재인 흑연이 대부분 중국산이고 제련 공정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우리 기업이 공급망을 전환하지 않으면 미국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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