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K반도체…초호황에 엔비디아 '깐부 동맹'까지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0-31 17:21:27
삼성전자 'AI 팩토리', SK '제조 AI 클라우드'
삼성전자, 엔비디아 납품으로 위기론 불식
美 관세도 합의…국힘은 "합의문 공개하라"
"깐부치킨, 아주 좋았습니다. 어제 제 친구들과 '치맥'을 즐겼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 특별세션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의 전날 치킨집 회동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황 CEO는 "한국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해와 굉장히 친구가 많다"고 강조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네이버에 대한 그래픽저장장치(GPU) 공급 계획을 전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 속에서 '큰 손' 엔비디아와 동맹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와 국내 4개 회사에 26만 개의 GPU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최대 14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GPU 1개당 HBM3E(5세대)가 8개가 탑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208만 개가 필요하다. 한국 공급용이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매출 확대 기회가 되는 것이다. 6세대 제품인 HBM4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엔비디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해 "HBM3E·HBM4 핵심 공급 협력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강력한 동맹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HBM3뿐 아니라 차세대 HBM4에서도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표현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고 화답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혁신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향후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제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구축과 함께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7), SOCAMM2(저전력 D램 모듈 규격)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도 공급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HBM4 공급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AI모델과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지능형 기지국(AI-RAN) 등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K그룹도 엔비디아 GPU와 제조 AI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제조 AI는 자동차, 로봇 등 물리적 형태의 실물 기기에 적용되거나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 공장 등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옴니버스는 엔비디아의 제조업 생산공정을 온라인 3차원(3D) 가상공간에 구축해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SK그룹과 엔비디아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한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제조 분야 계열사는 물론 정부, 제조업과 관련된 공공기관, 국내 스타트업 등 외부 수요처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GPU 5만 장 이상 규모의 'AI 팩토리'를 엔비디아와 국내에 구축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기반으로 SK그룹은 차세대 메모리,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지능형 AI 에이전트를 구동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9.6% 급증했다. 2023년 3월(26.5%) 이후 2년6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날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이 86조61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 증가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매출액 24조4489억 원, 39.1% 급증)을 지난 29일 공시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탔다는 게 중평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망처럼 강력한 AI 투자와 높은 서버 출하 증가율이 나타난다면 내년 D램, 낸드 수요 증가율은 생산 증가율을 상회할 것"이라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위기론이 팽배했으나 빠르게 따라붙으면서 SK하이닉스와 쌍두마차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향후 초점은 역시 엔비디아에 얼마나 공급하느냐다. 삼성전자는 전날 발표에서 그간 지연돼 온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했고 6세대 HBM4의 경우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 HBM4 인증에 조기 통과할 경우 내년 HBM 판매 증가율은 54%에 달하고 전사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91% 증가하는 69조7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한미 협상을 통해 반도체 관세에 대해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합의한 것도 안정성을 높여준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발표될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반도체에 관한 사항이 반영돼 있다"고 진화했으나 국민의힘은 합의문 공개를 촉구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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