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트럼프 2기와 워시의 연준, 금리보다 무거운 시험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6-02-02 14:37:30

워시 연준 의장 지명, 중앙은행에 대한 최소한의 시장 신뢰 형성
정책금리 인하와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큰 시험대···향후 역량 관건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은 즉각적으로 장기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지명 당일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과 2년물 수익률의 격차는 1.35%포인트까지 벌어지며 2021년 이후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장기 금리의 상승은 워시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의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시장이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워시 의장 지명이 장기 차입 비용을 구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시장이 예상한 것이다. 워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시행한 대규모의 국채 매입을 비판해 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지명자. 배경은 연준 건물. [KPI뉴스 자료사진]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연준 대차대조표 확장에 반대하는 인물이 등장한 것이며 이는 시장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인이 된다. 워시 지명에 국채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이다. 워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역임했으며 이후 연준의 주요 정책, 특히 연준이 최고 9조 달러에 이르는 미 국채 등 자산을 보유하게 만든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제기해 왔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금융시장 왜곡과 함께 재정의 통화정책 의존도를 심화시켰다는 문제의식이 그의 정책관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워시 차기 의장의 대차대조표 축소 의지가 중앙은행에 장기 차입 비용 인하를 강력히 요구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지 않은 채 경제 성장을 빠르게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워시가 정책 금리, 즉 단기 금리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단기 금리 인하와 동시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추진할 경우 금융 여건은 상충되는 신호를 받게 된다. 시장이 워시의 정책 방향을 혼란스럽게 해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은 매파적인 평판을 가지고 있는 워시를 대체로 신뢰할 만한 차기 의장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예전에 보인 통화정책 성향이 그대로 이어지리라고 확신하는 데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향후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관한 전망에서도 혼란이 감지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시가 중앙은행가로서 나름대로 쌓아 온 신뢰는 향후 연준의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충성심을 보여 온 것은 알려져 있으며 일정한 정치적 친분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곧 연준의 종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롬 파월 의장 역시 트럼프가 지명한 인물이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매우 강력한 연준 의장으로 꼽히는 앨런 그린스펀도 마찬가지였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공화당 충성파인 그를 임명했지만 빠르게 독립성을 확보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가 그린스펀이 금리를 충분히 빨리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강력한 연준 의장이란 결국 지명 배경이 아니라 행동으로 독립성을 증명한 인물이었다. 전임 의장들이 훌륭하게 해 온 것처럼 워시 차기 의장도 대통령의 압력과 공격으로부터 연준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시장은 워시가 그렇게 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다.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충성심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판단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게 됨을 워시는 입증해야 할 것이다. 유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 경쟁을 벌였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트럼프의 무분별한 금리 인하 요구에 순응하여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금융 강국인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한 대목이 역설적으로 워시 지명을 가져온 측면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연준 의장으로 명백한 꼭두각시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장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노골적으로 관대한 인물에 의해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는 일단 형성된 셈이다.

관건은 이제부터 전개되는 시나리오다.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은 정책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상충될 수 있는 목표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상충적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역량 또는 상충적 요구를 조율하는 역량은 차기 연준 의장이 트럼프 2기와 함께 하는 동안에 그 어느 때보다 큰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며 균형 있는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워시는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 않고 금리를 인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지니고 있다. 워시는 나아가 AI의 생산성 향상이 상당한 디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편 트럼프는 연준이 아닌 민간 부문이 미국 재정 ​​적자뿐 아니라 워시가 말하는 연준의 부풀려진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워시 지명에는 아직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상원 인준 이후 워시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을 설득하여 과연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축소에 성공한다면 장기 국채 금리는 얼마나 더 상승할 것이며 수익률 곡선의 가파름은 금융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AI 생산성이라는 낙관적 서사는 대전환기 복합적 현실 속에서 계속 강력하게 이어질 것인가. 여러 질문이 제기될 수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차기 연준 의장 워시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역량을 통해 판가름 날 것이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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