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혼 앤 비혼', 잘못 들은 노래가 던진 질문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6-10-28 11:59:27
혼인 밖에서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
달라진 결혼관에 제도는 얼마나 응답하고 있나
"미혼 앤 비혼~"
신인 걸그룹 A2O LITE의 데뷔곡 'NEON'을 듣다 보면 귀를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 있다. 경쾌한 댄스곡 한가운데서 뜻밖에 '미혼 앤 비혼'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영어 가사 '니온 앤 비욘'(Neon and beyond)이 한국어 '미혼 앤 비혼'처럼 들리는 이른바 '몬더그린(Mondegreen)' 현상이다. 노랫말을 실제와 다르게 알아듣는 데서 비롯된 언어유희다. 우연히 겹친 두 단어는 결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달라진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일'로 보는 미혼(未婚)과 결혼을 삶의 필수 경로로 여기지 않는 비혼(非婚). 한 글자 차이에는 결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제 삶은 두 단어로 선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누군가는 치솟는 집값과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누군가는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정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결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39.7%다.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 13세 이상 인구의 67.4%에 달했다.
결혼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결혼 밖의 삶을 존중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이제는 혼인이라는 제도 밖의 관계를 어떻게 인정하고 보호할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결혼하지 않는 삶이 꼭 혼자 사는 삶을 뜻하지는 않는다. 혼인신고 없이 오랫동안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들의 관계는 의료나 주거, 돌봄 등의 영역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기도 한다. 혼인이나 혈연관계 밖의 동반자를 보호하기 위한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미혼 앤 비혼'은 잘못 들은 노랫말에서 시작된 유쾌한 밈이다. 그러나 그 말이 떠올리게 하는 삶까지 가볍지는 않다. 결혼을 미루든, 하지 않기로 하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든 결혼 여부가 삶의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혼인이라는 틀을 넘어(Beyond) 저마다의 빛깔(Neon)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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