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햇볕이 최고의 살균제'···사모펀드 규제철학 전환할 때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4-12-02 11:21:26

MBK파트너스,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부작용···새로운 화두 던져
현금흐름 단기성과 사모펀드 속성, 중장기적 산업 발전과 배치
사모펀드 경영 투명성 높이는 '햇볕', 변화 인센티브 만들 개혁

지난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토로했다. 20~30년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며 키워나가야 할 산업이 5년이나 10년 안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사업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에 넘어갈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는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문제와 관련하여 이 원장은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고 했다. 고려아연을 타깃으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을 시도해 온 특정 사모펀드에 대한 언급이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역할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돈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하여 가치를 높인 후 다시 매각하는 데서 수익을 도모하는 사업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실현된 수익은 사모펀드 투자자와 경영자에게 분배된다. 사모펀드가 추구하는 기본 속성상 중장기적인 산업발전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단기적인 현금흐름에 토대를 두는 매각 차익 극대화가 우선적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최근 사모펀드 관련 글로벌 리서치에 의하면 중위적(median)으로 사모펀드 투자자와 경영자의 투자금 비중은 98 대 2, 이익금 분배 비중은 80 대 20이 예시적 모델이다. 경영자가 투자금의 2%를 제공하는 데에 비해 이익금의 20%를 받는 투자와 분배구조 모델은 경영자의 인센티브가 어디에 방점이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한국의 사모펀드는 2004년 도입되어 2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펀드 수는 2개에서 1126개로 늘어났고 펀드 규모는 0.4조원에서 136.4조원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역할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려야 할까. 사모펀드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인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며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자본시장의 첨병인가, 아니면 돈만 추구하는 기업 사냥꾼(raider)인가. MBK파트너스가 한국 사모펀드 20년을 평가하는 계기를 만든 형국이다. 

 

사모펀드 경영자의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의 하나인 기업의 현금흐름은 흔히 '이자비용, 세금, 감가 및 감모상각 차감 전 순이익(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 Amortization)'으로 측정된다. EBITDA의 몇 배수(multiple)로 M&A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일차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의 가치를 현금흐름 위주로 비교적 단기에 걸쳐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사모펀드 경영자의 주된 인센티브가 있다. 기업 사냥꾼으로 비난받기도 하는 이유다. 사모펀드 경영자에게 20~30년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기적 현금흐름 시계(視界)를 넘어서는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고려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산업정책, 거시정책 등에 대한 인센티브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의 표현대로 '인센티브를 형성하는 것은 제도(Institutions structure incentives)'라고 할 때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사모펀드 경영자의 인센티브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초점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철학에 있다고 본다.

 

기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경영자와 투자자 간 또는 경영자와 펀드 자체의 관계 등 미시적 토대(micro-foundation) 위주로 짜여 있다. 금융시장에서 M&A 거래 등을 주도하며 사모펀드가 수행하는 핵심 플레이어 역할은 거시금융안정(macro-financial stability) 관점에서 규제 당위성을 키운다. 돌이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시건전성 규제에 머물던 금융규제가 위기를 지나면서 거시건전성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이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며 발전해왔다.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한 대로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하게 하는 '공감의 룰'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공감의 룰'이 사모펀드 경영자의 인센티브를 착취적 금융이 아닌 지속가능한 거시금융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루이스 브랜다이스 미국 연방대법관이 남긴 '햇볕이 최고의 살균제(Sunlight is the best of disinfectants)'라는 말을 떠올린다.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사모펀드에 그러한 햇볕을 쐴 때가 되었다.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공감의 룰'은 미흡한 사모펀드 경영자의 활동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폐쇄적 거버넌스 구조를 전문화 및 분권화 방향으로 바꾸는 등의 개혁을 포함할 수 있다. 이는 사모펀드의 경영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사기(fraud), 기만(deception), 조작(manipulation)과 같은 착취적 금융이 아닌 지속가능한 거시금융안정과 같은 포용적 금융으로 나아가도록 촉진하려는 햇볕이다.

 

사모펀드 경영자 출신으로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사례처럼 시장 현장 경험에 더하여 거시금융 안목을 갖춘 인물이 한국에서도 장차 배출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러한 토양과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인센티브는 사모펀드에 브랜다이스가 말한 투명성의 햇볕을 쐬는 규제 철학을 불어넣는 데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MBK파트너스가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부작용 우려와 함께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는 즈음에 현금흐름 위주의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사모펀드의 기본 속성이 중장기적인 산업발전과 배치될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모펀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햇볕이 경영자에게 변화의 인센티브를 만드는 제도 개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사모펀드 위상에 부합하는 경영자 활동 공시 강화, 전문화 및 분권화 거버넌스 등을 포함한 사모펀드 규제 개혁과 사모펀드 역할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성찰을 통해 사모펀드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향후 20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

 

▲ 조홍균 논설위원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