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④] 생각하는 인공지능, 로봇 옷을 입다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5-02-13 14:14:00

생각·추론하는 범용인공지능 시대 임박
로봇과의 공생은 어느덧 일상에 근접
미·중 패권 전쟁…韓 기업들도 경쟁 편승
"올해와 내년 중요…투자 늘리고 인재 키워야"

AI(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추론하는 AGI(범용인공지능) 시대를 예고한다. 인간 모습을 한 AI가 사람과 대화하며 감정을 나누는 영화 속 장면은 현실이 되고 있다.

 

글로벌 AI 전문가들은 AGI 시대가 임박했다고 입을 모은다.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비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는 '5년 내' AGI 실현을 예상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AGI가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시기가 '10년 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 인간 모습을 한 AI와 대화하며 감정을 나누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두 발로 걷고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AI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은 더 가까이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2, 3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로봇과의 공생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GI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의 AI 로봇 전쟁은 미래 패권이 걸린 생존 투쟁의 모양새다. 

 

글로벌 로봇 전쟁…韓 기업들은 맹추격

 

우리나라도 추격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상황.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LG 등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며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도 지능을 갖춘 첨단 로봇을 개발해 인류의 삶을 혁신하고 미래 문제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자율주행이 로봇 기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로봇 사업에 공격적이다. 올해 미래 신사업 분야 연구 개발에 11조5000억 원, 자율주행·소프트웨어·AI 사업 경쟁력 강화에 8000억 원을 전략 투자한다.


현대차는 2018년부터 미래혁신 성장분야로 로봇과 AI를 육성해왔다. 2021년 미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사업을 가속화했다. 이듬해 1월에는 정의선 회장이 로봇개 '스팟'과 연단에 올라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했다.

로봇 연구의 중심은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다. 수장은 미 UC 버클리(캘리포니아 공대)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 제자인 현동진 상무다. 1978년생인 현 상무는 미 MIT(매사추세츠공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으로 발표한 '치타' 제어 기술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다. 

 

그는 MIT에서 박사후 과정 중 현대차의 영입 제안을 받았고 2020년 연말 인사에서 로보틱스 연구 책임자로 선임됐다.


역작은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X-ble)'이다.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할 때 도움을 주는 엑스블 숄더와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엑스블 멕스가 있다. 숄더 제품은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한다.


2024년 올림픽 여자 양궁 10연패의 숨은 조력자였던 '슈팅 로봇', 사람이 있는 곳까지 알아서 찾아가는 배송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도 로보틱스랩의 성과다.

로봇 연구의 정점은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다. 아틀라스는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로 이미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영상 속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일하며 학습, 개선까지 한다. 로봇이 인간을 돕는 조력자에서 작업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 '아틀라스'가 시행착오를 수정하며 작업하는 모습. [보스톤 다이내믹스 유튜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로봇 집사'를 준비하고 있다. 로봇 집사는 집안에서 주부를 대신해 세탁기·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관리·제어하는 로봇이다. 로봇의 일상화가 지향점이다. 삼성전자 '볼리'는 올 상반기 중, LG전자 'Q9(큐나인)'은 연내 출시 예정이다.


로봇 투자는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미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 개발사다. 베어로보틱스는 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토대로 고도의 지능을 보유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10월 필리핀 삼성전기 생산법인에서 'AI와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 선점'을 당부한 후에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로봇사업추진단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2003년 로봇청소기 출시를 시작으로 물류 서빙과 배송 능력을 지닌 상업용 로봇과 집안 일을 돕는 가정용 로봇, 스마트 팩토리에서 활용하는 산업용 로봇으로 사업을 분리해 운영해 왔다.

올해는 Q9을 포함한 가정용 로봇을 다양화하고 '클로이 로봇' 브랜드인 상업용 로봇 사업은 고도화한다. 가정용 로봇은 LG전자 HS사업본부, 상업용은 베어로보틱스가, 산업용은 2019년부터 자회사로 편입한 로보스타가 각각 담당한다.


지금이 가장 빠른 때 "투자 늘리고 인재 키우자"

 

로봇 전문가들은 미·중과 비교해 우리의 기술력이 뒤지고 있지만 힘을 모으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타이밍으로, '지금'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연구와 투자를 특히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를 늘리고 인력 양성에 힘을 쏟으면 선두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13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일 앞으로 1, 2년을 놓치면 정말 힘들어지고 희망도 얘기할 수 없다"며 "다시 한번 뛸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로봇 사업 발전을 위한 당면 과제는 '행동 데이터'의 축적. 텍스트 데이터는 오랜 기간 쌓여왔으나 행동 데이터는 축적한 곳이 사실상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물리적 AI는 행동이 중심인데 아직까지 저장된 내용이 없다"며 "로봇의 행동 데이터를 쌓기 위해 시험과 도전을 장려하고 축적 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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