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정치', 옥중서 관저로…순종하는 與, 등돌리는 중도층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03-10 16:03:53
최대 주주 행세…친윤계 접촉, 반탄 메시지 전파할 듯
찬탄 잠룡들에 경고 사인…한동훈 "뵐 기회 있었으면"
與·尹 밀착…찬탄·정권교체론 높은 중도층 이탈 부채질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 정치'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만났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하루 만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투톱에게 "지금까지 당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우리 당을 지도부가 잘 이끌어나가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석방된 것을 언급하며 '관저 회동' 소식을 전했다. "어제(9일) 오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30분 정도 차 한잔하면서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소회 말씀이 있었다"는 것이다.
신 대변인은 "석방된 첫날 (지도부와) 통화들을 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찾아뵙겠다', '와라' 이렇게 (얘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석방 당일 밤 권 원내대표,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과 통화한데 이어 전날엔 지도부와 면담을 가진 것이다. 석방 당일에는 구치소를 대거 찾은 친윤계 의원들에게 '출소 의전'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수감 기간 구치소로 친윤계 의원들을 불러 메시지를 전파하며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이른바 '옥중정치'다. 이틀 전부턴 비교적 자유로운 몸이 되자 관저에서 정치를 재개한 것으로 비친다.
윤 대통령이 전날 여당 투톱을 불러 당 운영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당부를 전한 건 다목적 포석이다. 친윤계 그간 '쌍권(권영세·권성동) 체제'는 윤 대통령을 감싸며 극우화 성향을 보였다. 대규모 탄핵 반대(반탄) 집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보조를 맞추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를 압박했다. 그런 쌍권에게 윤 대통령이 신뢰를 표한 건 '노선 불변'의 메시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는 만큼 당과 친윤계의 최대 주주임을 확인시켜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각에선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탄핵 찬성 잠룡들에게 견제와 경고의 사인을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때가 되면 (윤 대통령을) 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헌재 변론 재개가 필요하다고 썼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 관저에서 머물며 친윤계들과 직, 간접적으로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을 통한 메시지 전파를 위해서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그립이 강한 스타일"이라며 "국정에 대해 만기친람했듯이 친윤계들과 다각도로 접촉해 지시를 내리며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의 '정치'는 내란·탄핵 정국에서 벗어나야하는 국민의힘에겐 족쇄다. 헌재 선고로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두달 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국면 반전을 위해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혁신을 꾀해야한다. 중도층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헌재 결정 후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 석방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되레 강경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탄핵 재판 변론 재개와 탄핵 심판 각하 주장 등 반탄론이 거세지는 흐름이다. 당의 관계자는 "권영세 비대위는 헌재 선고 전까지 윤 대통령에게 순종하며 따를 공산이 크다"며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탄 행보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밀착하면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찬탄), 정권 교체 의견은 반탄, 정권 연장보다 앞선다. 특히 중도층에선 그 비율이 더 높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너지경제 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507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42.7%, 더불어민주당은 41.0%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선 국민의힘 지지도가 31.1%로 낮아졌고 민주당은 46.5%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50.4%였다.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은 44.0%였다. 중도층에선 각각 60.4%, 36.4%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내란죄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수처를 맹공했다. 헌재를 향한 반탄 압박 수위도 높였다. 권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수사 부당성을 지적한 이번 판결을 헌재도 당연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민을 속인 범죄혐의자"라며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 처장을 대통령 불법체포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감사 메시지를 낸 데 대해 진영 대결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적잖다. 김용태 비대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집회도 나가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자중하시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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