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힘든 세상 가볍게 만드는 '올해의 좋은 동시 2023'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4-01-22 11:23:54

지난 1년 간 각종 매체에 발표된 동시 57편 선정
시인들 동시단에 다수 진입, 새로운 상상력 수혈
"아직 거칠고 혁신적인 동시를 지향해야할 시기"

지난 1년 동안 발표된 신작 동시에서 가려 뽑은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상상)가 출간됐다. 5인의 선정위원(권영상 김제곤 안도현 유강희 이안)이 57인의 작품 57편을 선정해 묶었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3' 선정위원들. 왼쪽부터 이안·안도현·권영상 시인,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유강희 시인.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선정위원들은 "올해 눈에 띄는 점은 작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시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이라면서 "동시를 쓰는 새로운 시인들이 근래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있고, 이들의 새로운 상상력이 동시단의 가장자리에 머물다가 이제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선정된 57명 중에 20여 명이 기존의 시단에서 활동하던 시인들이라는 점도 흥미롭다"면서 "시인들의 왕성한 동시 쓰기는 전통적인 동시에 신선한 물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아동 문학과 아동 문학 아닌 것의 경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도현 시인은 간담회에서 "한국현대문학 100년 역사에서 아동문학은 상대적으로 변방에 있었고, 그 중에서도 동화에 비해 동시가 떠오른 시기는 이제 불과 20년 안팎"이라면서 "아직까지는 동시를 쓰는 이들이 좀 더 거칠게 진취적으로 접근해서 혁신적인 동시를 지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강희 선정위원은 "새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면서 "기술적인 측면의 새로움과 동심의 발화로서 자연스러움이 만나 서로 견인하는 과정에서 좋은 동시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체로 동시들이 시를 많이 모방하는 것 같다"면서 "동시가 동시 자체로서 독자적인 인식을 가질 때 동시의 독자성이 더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기원, 경종호, 고영민, 곽해룡, 권기덕, 권영상, 김개미, 김륭, 김물, 김봄희, 김성민, 김성은, 김영경, 김철순, 남호섭, 문봄, 문성해, 문신, 박소이, 박정완, 박지영, 박혜선, 방주현, 변은경, 성명진, 송선미, 송진권, 송찬호, 송현섭, 신민규, 신솔원, 안도현, 안진영, 온선영, 우미옥, 유강희, 윤동미, 이대일, 이만교, 이안, 이지우, 이화주, 임복순, 장동이, 장옥관, 장철문, 정유경, 정준호, 조인정, 조정인, 최문영, 최승호, 최종득, 최휘, 현택훈, 홍일표, 황남선의 작품이 이번 책에 실렸다.
 

권영상 시인은 '해설'에서 "시인의 성비에 따라 인물을 언급하는 시어들도 여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며, 이러한 현상은 여성 시인들의 증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힘없는 것들에 대한 눈길 두기, 막연한 것에 대한 아름다움, 힘든 세상 가볍게 만들기"가 올해 선정된 동시의 흐름이라고 짚었다.

 

비누가 단단히 토라졌다
굳어 있다
꽉 쥔 주먹 같다
이럴 땐 얼른 비누의 기분을 풀어 주어야 한다
물로 살살 달래며
손으로 비누를 비빈다
비누가 풀린다
벌써 거품이 인다
비누의 옆구리를 살짝 간질이니
비누가 깔깔 웃는다
- 송찬호, '비누' 전문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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