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500만 달러 대납한 북한 스마트팜… 담당자 없이 방치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 2024-06-16 10:14:04

경기도 관계자, "북한 스마트팜에 대해 아는 바 없다" "그런 내용 검토한 적 없다"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회의록, 중국 심양 북한 인사접촉 국외출장보고서 존재

2019년 8월 7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열린 '남북 및 동북아 농업협력 국제 컨퍼러스'에서 당시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경기도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끌 최적지"라며 "앞으로 남북 농업교류협력 분야에서 경기도의 위상에 맞는 사업과 정책들을 발굴하고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8월 7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남북 농업교류협력에 관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청 홈페이지]

 

이런 일에 앞장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이 대납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현재 경기도에는 북한 스마트팜 지원사업에 대한 문서나 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없다. 평화협력국 관계자는 "평양 당곡리 농촌현대화, 개풍 양묘자 조성, 평양 덕동리 양돈장 현대화 등을 진행한 적은 있으나 스마트팜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수소문해서 국내 스마트팜 담당부서가 농수산생명과학국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서 다시 확인한 결과 담당자는 "북한에 스마트팜을 지원하는 그런 내용을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남북교류사업으로 추진하던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를 사기업이 대납한 것이 부적절하지만 이를 추진한 경기도로서는 당시 진행된 그대로 사업 자체를 남겨두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수원지법 형사11부가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면서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해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 경기도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관련 내용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2018년 10월 30일 열린 경기도 제7차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회의록에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대북제재로 (스마트팜 사업) 지원이 쉽지 않자 북한에서는 경기도의 적극성을 보여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북한을 달래기 위해 인도적 지원으로라도 스마트팜이 늦어지는 것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지난해 3월 21일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22차 공판에서 경기도청 스마트팜 실무자로 근무하다 퇴직한 전직 공무원은 "북한이 스마트팜 사업을 재촉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도 관련 자료가 남아 있다. 이 시스템에 '북측과 합의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구체적 추진 협의 및 관계자 회의'에 관한 경기도의 국외출장보고서가 등록되어 있다. 중국 심양에서 북한 인사를 접촉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보고서를 등록한 사람은 이화영 측근으로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관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신명섭 전 평화협력국장이다.

 

보고서에는 경기도 측의 이 부지사와 신 국장, 북측의 송모 부실장과 조모 참사가 참석해 농림축산분야 등 15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국외출장보고서에 삽입된 사진. 북한 인사들을 고의로 가렸으나 문제의 술자리 모습이 다른 곳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캡쳐]

 

이는 경기도가 대북지원사업 관련 국내 법규를 개정해 줄 것과 국제 제약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2019년 11월 21일 통일부가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경기도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남북교류사업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민간단체를 통해야 했다.

 

2019년 12월 2일 유엔1718위원회가 북한 개풍양묘장 조성사업에 필요한 152개 품목에 대해 대북제재 면제 승인했다. 이 조치로 개풍양묘장 조성사업 9년 만에 재개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경기도가 통일부장관 승인 없이 북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면서 "경기도 측의 요구로 기업이 북한에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면 큰 사건인데 수수방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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