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박힌 별을 보여드립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4-10-08 09:06:03
27일까지 '창비 부산'에서 50인 장서표 전시
"문자와 그림 결합된 조화로운 예술 작품"
'장서표(藏書表)'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귀한 책에 대한 소유와 애정의 표시를 남기기 위한 소장자 고유의 표식을 일컫는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책에 직접 찍은 장서인(藏書印)을 사용했지만 서양에서는 별도의 종이에 판화를 찍어 책에 붙였다.
국내에 장서표를 본격 소개하고 바람을 일으킨 판화가 남궁산이 독서의 계절을 맞아 장서표 판화전 '책 속에 박힌 별'을 열고 있다. 부산역 인근 '창비 부산'에서 서형오 정길연 등 부산 출신 시인 소설가를 비롯해 신경림, 황석영, 김훈, 안도현, 정호승 등 작가와 시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장서표 50종을 27일까지 전시한다.
'생명 판화가'로 일관되게 '생명'을 주제로 판화에 몰두해온 남궁산은 "소장자 표시이자 책의 장식으로도 쓰이는 장서표는 아름다움과 실용의 목적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면서 "문자와 그림이 조화롭게 결합된 것이 장서표의 중요한 예술적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장구한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장서표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부산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장서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 부산'은 2021년 문을 연 이래 지난해에는 3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교성 창비부산 대표는 "책의 세계에 박힌 작은 별과 같은 장서표는 작가의 영감, 소장자의 애정, 책이 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빛나게 한다"면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부대 행사를 통해 장서표의 문화와 역사, 그 의미를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진행한 '책, 판화 그리고 장서표 이야기' 강연에 이어, 성전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과 작가가 함께하는 체험 행사도 16일 펼칠 예정이다. 장서표에는 라틴어 'EX-LIBRIS'라는 국제 공통 표기가 삽입되고 장서가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 것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기에 서재명, 책의 내용이나 그와 관련된 시, 격언, 경구들을 적어 넣기도 한다. 남궁산의 설명들.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더불어 혼자 산다. 말이 이상한 얘기지만 남과 더불어 혼자 산다. 남과 더불어 살지만 결국 혼자 책임지니까 혼자 산다." 선생에게 헌정한 장서표에 더불어 홀로 길을 가다 망중한에 있는 새 한 마리가 사는 이유다. _신경림(시인)
선생은 어김없이 자전거를 세우고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의외의 자상함에 부성애(?)가 느껴진다. 뒷모습을 보이며 멀어져가는 선생에게서 가을 냄새가 난다. _김훈(소설가)
그는 시 '고래를 기다리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장생포 바다에서 이제는 사라진 고래를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이 삶이기도 하지만 숨을 한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바다가 바로 한 마리의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이미 고래는 우리의 가슴 속에 있다고…. _안도현(시인)
그는 개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는 인디밴드 '코코어'의 '달빛'이라는 노래가 있다. 장강명의 장서표에는 그 노래의 구절이 흐르고 있다. '언제나 나를 비춰줘 내 모든 밤을 밝혀줘… 어두운 밤 집 없는 한 마리의 검은 개인 나에게.' _장강명(소설가)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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