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화가’ 스토니강, 특별초대전 ‘Infinity: The paradox’ 베일 벗다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 2023-10-25 13:09:29

정재숙 "기존 예술 틀을 부수고 제약 없는 신세계 연 이방인"
무한과 낙원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동경 작품 속에 녹여
이정한 "페인팅의 매너리즘과 고정관념 정면으로 허물어"
10월27일~11월17일...서울 서초구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 전관
▲ 스토니강, 우주의 창, acrylic and oil pastel on canvas, 100x80.3cm, 2023. [세이아트(SayArt)]

 

지난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발달장애특별전 ‘드림어빌리티’엔 여러 유명 기성작가의 작품들이 특별 찬조형식으로 무대에 함께 올랐다. 작가들 가운데 전시관 한편을 차지한 무명의 작가가 있었다. 하지만 눈썰미 좋고 오랜 경력의 콜랙터와 전문가들은 이 작품들 앞에서 오랜 시간 발을 멈추고 묘한 눈빛으로 작품을 응시했다. 있는 듯 없는 듯 벽면을 차지했던 소품들, 하지만 전문가들의 매서운 눈길을 피하긴 어려웠다. 이들의 발길을 막아선 건 추상화가 스토니 강(Stonie Kang)의 소품들이었다.

사실 스토니 강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직업도 배경도 모른다. 말하자면 베일에 가린 화가다. 하지만 최근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공중파 연예프로그램인 ‘복면가왕’처럼 그는 최근 미술계에 입소문을 타면서 ‘복면화가’로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다. 애초 작가는 일체의 자기를 숨겨 작품만으로 관객과 소통하길 원했을 것이다. 결국 알아낸 정보는 그가 장년의 남성이란 점이다.

하지만 인간사는 차치하고 그의 정보는 사실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추상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나드는 새로운 추상기법을 선보이는 농익은 테크닉은 그가 이미 적잖은 세월 손에 붓을 쥐어온 재야의 고수란 점을, 인간 본연의 성찰에 다다르기 위해 철학적 화두를 작품 속에서 부여잡는 민첩함은 미술뿐 아니라 인문학적으로도 그가 깊은 소양을 쌓은 인물이란 점은 분명해 보였다.


호기심 때문일까. 미술 관련 인터넷 사이트나 전문서적을 유영하며 스토니 강의 이력이나 기록을 뒤졌다. 하지만 어떤 정보도 손에 쥘 수 없었다. 이유는 몰라도 그는 결국 늦깎이 화가인 게 분명하다. 사실 ‘늦깎이 데뷔’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하다. 어떻든 그의 늦은 외출의 이유를 타자는 알 수 없다.


▲ 스토니강, 마그리트의 폭포, acrylic on paper, 105x83cm, 2023. [세이아트(SayArt)]

 

이런 ‘복면화가’ 스토니 강이 최근 자신의 첫 단독 특별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타이틀은 스토니 강 특별전 ‘Infinity: The paradox’다. 전시는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에서 열리며 그의 최근작 19점이 관객을 맞는다.

그의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우선 베일에 가린 자신과 달리 그의 작품 속엔 사각형과 같은 익숙한 격자무늬가 자주 등장한다. 그의 패턴화된 구조 형식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이런 패턴은 창문 혹은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디지털 신호로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익숙한 형식의 반복적 배치는 일종의 장치로 읽힌다. 번잡하고 난해한 추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점은 일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혹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문이니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캔버스 표면에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란 점이다.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정재숙 미술전문 대기자는 이런 작가의 패턴화된 작품 세계에 대해 “스토니 강은 평면 회화의 공간을 무한대로 넓힌다. 문학의 공간과 미술의 공간이 겹치고, 구상과 추상의 공간이 서로에게 스며든다. 기존 예술이 갈라놓은 틀을 부수고 제약이 없는 신세계를 열어젖힌 이방인이 그다”라며 그의 표면적 구조 형식에 무한대의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정작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패턴이나 구조 형식을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해나 감상의 몫은 전적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서로 삶의 궤적이 다르니 보는 이마다 저마다 해석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그의 이런 답변은 두 번째 관전포인트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스토니 강의 설명은 캔버스 위의 다양한 이미지는 표면 이유에 불과하니 어떻게 읽혀도 상관없다는 일종의 항변일 것이다. 말하자면 작품 속에 자신이 말하려는 ‘표상’을 관객이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가 그린 작품 속 말하려는 ‘표상’은 무엇일까. 실마리는 전시 타이틀인 ‘Infinity: The paradox’와 세부 작품 제목에서 찾을 수 있다. 제목에 드러난 무한(infinity)과 ‘우주의 창’, ‘기억의 창’, ‘실낙원Ⅰ-Ⅱ’, ‘영겁’, ‘열반’, ‘황금시대’,폭포’, ‘부활’, ‘비상’, ‘별이 빛나는 우주’ 등 각자 제목에서 드러난 화두들은 영겁의 우주에 한 줌 먼지로 지나칠 허망한 인간의 무한과 낙원에 대한 본능적 동경을 작품 속에 녹여낸 것이다. 어쩜 스토니 강은 이런 동경을 통해 순간이 이어져 영겁이 되니 찰나의 순간이라도 온전히 살아야 한다는 경구를 말하려는 지도 모른다.

▲ 스토니강, 열반, acrylic on paper,105x83cm, 2023. [세이아트(SayArt)]

 

그는 이런 자신의 작품이 관객의 정신적 표상이 되길 바랐을 것이다. 화두 자체가 존재의 본질론에 다다르니 추상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기법이 작품에 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기법은 어떤 면에선 새로운 ‘추상기법’이라 봐도 무방하다. 미래 미술의 핵심적 중추로 떠오를 디지털 미술 기술의 과감한 도입은 하나의 배짱일 테고 다양한 소재의 선택 붓터치는 젊은 화가 못지않은 도전 정신을 방불케 한다. 또 아크릴과 믹스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의 조합은 여타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무위이화(無爲而化’)를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다. 무위이화는 “애써 바로잡지 않아도 저절로 잘 고쳐져 나간다”는 동양 고전에 나오는 말이다. 그의 작품은 무언가를 억지로 꾸미거나 표현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적 조화인지 자연스레 작품이 완성된 듯하다. 스토니 강의 전시장에서 이런 무위이화를 경험한다면 현장 명상을 통해 차크라 서너개 쯤이 열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의 흔적 찾기다. 데페이즈망은 초현실주의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추방하는 것’이란 뜻이다. 이상한 관계에 무엇을 놓거나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어떤 대상을 둬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의식을 초월한 세계가 전개될 수 있다는 데 쓰인다. 이 용어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같은 미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초현실주의 거장들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스토니 강의 작품 속에도 이런 엉뚱함과 묘함이 있어 이런 데페이즈망의 흔적을 찾는 것도 또 다른 관전의 묘미가 될 수 있다. 이정한 화가 겸 건국대 명예교수도 이런 스토니 강의 작품세계를 두고 “그는 살아 꿈틀대는 이미지와 다양성을 작품마다 변주하면서 페인팅 작품이 가지는 매너리즘과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허물고 있다”며 그의 엉뚱한 상상에 힘을 실었다. 

 

▲ 스토니강, 기억의 창, mixed media on canvas, 100x80.3cm, 2023. [세이아트SayArt]

 

추상 작품은 특성상 보통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종합하면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무한 또는 낙원에 대한 동경’으로 읽힌다. 다만 작가는 관객이 이 동경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한 발치 더 나가길 원했을 것이다.

스토니 강 작가는 “화가는 현실과 낙원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행복은 낙원을 꿈꾸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있는지, 아니면 낙원에 도달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다.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대상을 찾는 것은 물론 새로운 창작 기법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니 강은 디지털 페인팅 작업도 병행한다. 이런 작품들은 세이아트의 버추얼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SayArt’와 ‘문학뉴스’ 등의 초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현재 비채아트뮤지엄, SayArt’s Storage,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공공브랜드진흥원, 법무법인 태하 등에 소장돼 있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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