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4일 '공교육 멈춤의 날' 분수령

김명주 / 2023-09-03 13:38:07
숨진 초등교사 2명 발인…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열기 고조
"또 동료 둘을 잃었다"…전국서 모인 20만 교사 국회 앞으로
교육부 "불법" 경고 vs 진보 교육감 지지…혼란·후유증 우려
與 관계자 "교사 자극해 화 키울 수 있다…정교히 대처해야"
교육·법무부, 교원 대상 아동학대 관련법 집행 개선 TF 구성
3일 오전 서울 은평성모병원.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A 교사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A 교사는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과 친지들은 빈소에서 발인예배를 올리며 영면을 기원했다. 예배 후 고인의 딸이 엄마 영정 사진을 들고 발인식장으로 향했다.
 
▲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4일)를 이틀 앞둔 지난 2일 국회대로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교사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발인식에 참석해 "선생님이 고통받은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전북 군산시 은파장례문화원에서는 초등학교 B교사 발인식이 엄수됐다. B교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25분 군산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재석 전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인의 사인을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유족들은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말을 아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4일)를 앞두고 초등교사가 잇달아 사망하면서 '교심'(敎心)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쌓였던 교권 추락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분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교사들의 집단 행동이 격화하면서 정국 최대 현안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잇단 초등교사 사망에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교직 사회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되고 있다. 검은 옷차림을 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은 전날 국회의사당 인근을 뒤덮었다. 주최 측은 20만 명으로 추산했다.

▲ 지난 2일 국회대로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 대학·대학원 동기 동료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가 꽉 찼고 국회에서 1㎞ 떨어진 5호선 지하철역 여의도역까지 교사 행렬이 이어졌다.

집회 사회자는 "또다시 2명의 동료를 잃었다"며 "서이초 사건이 알려진 지 40여 일인데 관리자와 교육부·교육청, 국회는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4일 임시 휴업 후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교육부를 비판했다.

앞서 교육부는 4일 임시 휴업을 강행한 학교장이나 당일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사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 징계까지 가능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집회에서 아동복지법 개정과 학생·학부모·교육당국 책무성 강화 등 8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5의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분수령은 4일이다. 전국 교사들은 4일을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로 정하고 임시휴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4일 오전 서이초 앞에서 추모 활동을 하고 당일 오후 4시30분부터 국회 앞에서 '고(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교육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심각한 혼란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공문 등을 통해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기 위한 학교의 임시(재량)휴업 전환이나 교사 개인의 연가·병가 사용은 불법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정부와 달리 조희연(서울)·최교진(세종) 등 진보 성향 시·도교육감, 교원단체 등은 추모를 존중해야 한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육부는 4일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당일 연가 또는 병가를 사용한 교사 규모 등을 학교별로 보고 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부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4일 임시휴업을 공식적으로 결정한 학교 수가 늘고 있다. 집계를 1차 공개했던 지난달 29일 17개교에서 지난 1일 30개교로 2배 늘었다. 교육부 경고에도 증가세를 보이는 건 예사롭지 않은 조짐이라는 지적이다.

여권 내부에선 교육부의 엄정 대응 방침이 교사들을 자극해 화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교권 추락으로 교사들이 불행한 현실에 처하게 된 건 학생 인권만 존중하는 조례 등을 만든 진보 정권과 교육감, 전교조 때문"이라며 "교사들 분노가 심상치 않다. 교육부가 어설프게 대응하면 교사들의 원성이 현 정부로 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조희연 교육감이 재빠르게 교사들 집회를 지지하고 나선 건 이들 마음을 잡겠다는 의도"라며 "정부여당도 교사들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 정교하게 대처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여론을 살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공동 전담팀(TF)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교사가 처벌받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법 집행과정에서 교원의 교권과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전담팀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학교 현장의 특수성과 교원 직무의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해 선생님들의 교육적 판단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도록 아동학대 관련 형사법을 집행하겠다"라고 다짐했다.

KPI뉴스 /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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