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홍범도 흉상 이전, 후퇴하나…與서도 "너무 나갔다"

허범구 기자 / 2023-08-28 11:29:42
김병민 "이종찬·김을동 지적 뼈아프다…과유불급"
김용태 "이념 전쟁터화"…홍준표·유승민도 질타
軍 "국방부 앞 홍범도 흉상도 이전하는 방안 검토"
대통령실·與 "국방부 판단"…'민심 나쁘면 손절?'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이전·철거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역풍을 맞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론이 잇따르고 있다. 국방부가 '헛발질'을 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부정적 여론이 번지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 지난 2021년 8월 1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28일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일각을 넘어 지도부에서도 비토가 나온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안의 인화성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윤봉길 의사 손녀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김좌진 장군 손녀 김을등 전 의원의 흉상 이전 비판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육사는 지난 25일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8년 3월 1일 교내에 설치했던 독립운동가 5인(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의 흉상을 철거 또는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의 1927년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이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그러자 이 회장과 윤 의원, 김 전 의원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인 이 회장 등의 목소리가 많이 뼈아프다"며 "독립운동 뿌리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일들에 대한 약간의 조정과정을 국방부, 육사가 추진한 게 아닌가 싶은데 과유불급"이라고 쓴소리했다.

그는 "오늘부터 1박 2일 국회의원 연설회가 있다. 여러 목소리들이 함께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과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BBS, CBS라디오에서 각각 "국방부가 온 사방을 이념 전쟁터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도한 사상적인 낙인찍기"라며 정부를 나무랐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경력'과 관련해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그렇게(흉상 철거)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정신이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누르고 두 가지만 묻겠다.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냐,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냐"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민족 폭거"라며 정부여당을 맹폭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독립군, 흉상 제거한단 논란이 발생한 거 보니 박근혜 정부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국민과 역사 두려워하란 말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이란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 반민족 폭거"라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검토해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측에 책임을 돌리며 여론 추이를 살피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악화하면 손절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민의힘도 공식적으론 이전 논란과 거리를 두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췄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6·25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 등의 흉상이 육사 내에 새로 설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반대하면 흉상 이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군은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현재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홍범도 장군과 관련돼 지난해부터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이 지적되고 있어서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빼고 국방부 청사 앞에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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