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바그너 SNS "방공망에 격추돼…이륙 30분만에 추락"
추락기 마지막 전송 데이터 보니…"30초만에 수직 하강"
"등에 칼꽂은 반역자, 가혹하게 대응" 푸틴 발언 재주목
바이든 "뭘 탈지 조심하라 하지 않았나…놀랍지 않아" 러시아에서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지 두달만이다.
"처벌하지 않겠다"는 푸틴 대통령 공언에도 프리고진에 대한 신변 위협이 수그러들지 않았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말 사고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보복을 위한 격추"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은 모르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고가 푸틴 대통령의 복수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며 "초기 조사 결과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한 10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쿠젠키노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약 300㎞ 떨어진 지역이다.
러시아 항공당국은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며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드미트리 우트킨은 프리고진과 함께 바그너그룹을 만든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친바그너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도 프리고진이 이번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그레이존은 특히 "(프리고진이 탑승한) 엠브라에르 항공기가 모스크바 북쪽의 트베르 지역에서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존측은 "이 비행기는 이륙 30분 만에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추락,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일부도 이륙 후 30분도 안돼 해당 비행기가 방공망에 요격됐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한쪽 날개가 떨어진 비행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연기와 함께 수직으로 추락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게시됐다.
CNN, 가디언 등은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태운 전용기가 순항하던 중 추락 직전 극적으로 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비행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탑승한 '엠브라에르 레가시 600' 항공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11분쯤 위치 정보가 끊겼다.
데이터에 따르면 항공기는 2만8000피트(약 8.5㎞) 상공에서 수평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고도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용 가능한 데이터에서 항공기는 마지막 순간 불규칙한 상승과 하강을 거듭했고 한 지점에선 3만 피트(약 9.1㎞)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오후 6시19분쯤 고도 데이터마저 전송이 중단됐다. 직전 항공기는 분당 8000피트(약 2.4㎞)에 가까운 속도로 극적으로 하강했다.
실시간 비행위치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항공기는 약 30초 만에 순항고도인 2만8000피트에서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갑자기 수직 하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데이터는 비행 마지막 순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건 그것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 극적으로 추락하기 전 항공기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 등 러시아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고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군했다. 그러나 반란 하루만인 24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고 회군했다.
그는 회군 대가로 처벌을 면하고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긴 뒤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를 오가며 지냈다. 그는 신변 위협 가능성이 줄곧 제기됐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21일에는 아프리카로 추정되는 한 사막에서 위장복 차림에 소총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요식업 경영자 출신의 프리고진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젊은 시절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크렘린궁의 각종 행사를 도맡으며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2014년엔 바그너그룹을 창설했다. 이어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각지 분쟁에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개입하며 세력을 키우고 이권을 챙겼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전면에 나서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부와 극한 갈등을 겪었고 푸틴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프리고진 사망으로 푸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러시아에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 중 프리고진 사망을 보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단에게 "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난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난 놀랍지 않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 지난 1시간30분 동안 운동을 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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