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前수사단장 "사단·여단장 넣었더니 대대장 이하 하라 해"…논란 확산

박지은 / 2023-08-11 14:56:06
前 단장 "외압 느껴…국방부, 초급간부에 관심 없었다"
국방부 검찰단 수사 거부…"공정한 수사 불가능하다"
국방부 "외압은 그분 해석…수사 거부는 매우 부적절"
與 "당당하면 조사 응하라" vs 野 "대통령실 개입 의혹"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11일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했다. 국방부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 전 단장은 특히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불똥은 정치권으로 튀어 여야 간 거센 공방이 벌어졌다. 

박 전 단장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 1일 오전 9시43분께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한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검찰단 앞에서 수사를 거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통화는 박 전 단장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기초수사 결과를 보고해 결재받고 언론 브리핑을 위해 만든 자료를 국가안보실에 보낸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박 전 단장은 당시 통화에서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유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박 전 단장은 "그것은 협의의 과실로 보는 것이다. 나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로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하신 말씀은 외압으로 느낀다. 매우 위험하다. 조심해 발언해달라고 했다"고 박 전 단장은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 전 단장 발언에 "그것은 그 분의 해석"이라며 "법무관리관의 답변은 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국방부 관계자는 유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과의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단장은 국방부가 초급 간부들에게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아 이첩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방부는 초급간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7월 30일 국방부 장관 보고 시 "국방부 장관은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라고만 질문했고 초급 간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장관이 보고받는 자리에서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오전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된 박 전 단장은 출석 대신 입장문을 배포해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했다.

그는 "존경하는 대통령님"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며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합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박 전 수사단장의 오늘 수사 거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단은 "국방부 검찰단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해병대사령부도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박 대령의 증언을 반박하며 "현역 해병대 장교로서 해병대 사령관과 일부 동료 장교에 대해 허위사실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3성 장군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당하다면 조사에 응해 무혐의를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신 의원은 "문재인 정권 당시 수많은 군 고급간부 출신 인사들은 누가 봐도 억울한 정치 보복성 조사를 받았지만 그 누구도 수사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항명 혐의가 억울하면 조사에 당당히 응해서 사실과 법리에 입각해 방어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등 외압 의혹과 관련해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다며 여권에 각을 세웠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윤석열 정부는 진상 은폐에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실의 개입, 은폐 의혹 관련한 분노가 컸다"며 "국방위와 법사위 등을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전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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