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 반도체 선두 신경전

김기성 / 2023-07-16 15:20:26
HBM 시장점유율 놓고 서로 "내가 1등"주장
업계, SK하이닉스 선두 당분간 유지 예상해
질척거리는 삼성, 이재용 회장이 본격 나서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반도체 (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십수년간 메모리 반도체에 관한 한 '세계 최초'를 놓치지 않았던 삼성전자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대목이지만 현재 HBM 반도체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있고 삼성전자가 근소한 차이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적층 HBM 3(왼쪽). 오른쪽은 삼성전자 HBM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제공]


HBM 반도체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강화한 고성능 D램이다. 챗GPT와 같은 AI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로 가격도 일반 D램에 비해 5배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두 회사로선 실적 개선을 위해 HBM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 "우리가 HBM 반도체 점유율 50% 이상" 주장

HBM 반도체를 둘러싼 신경전은 대만의 시장 조사업체인 트랜드포스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트랜드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SK하이닉스가 50%로 선두이고,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순이라고 발표했다. 더구나 올해는 SK하이닉스가 5세대 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전망했다.

이후 국내외 언론들은 HBM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의 선두를 인정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자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소통행사에서 이를 반박했다. 경 사장은 "삼성 HBM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고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 "우리가 HBM 선두이고 격차는 더욱 확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2일 이번에는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선두임을 밝혔다. 기관투자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IR을 열어 HBM 판매량과 경쟁력에서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앞선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AMD와 HBM을 개발해 왔으며 제품 기획과 개발, 제조를 모두 미리 준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면서 경쟁사(삼성전자)는 개발이나 상품기획에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HBM은 양산해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제품이고 고객과 공급자가 같이 검증을 수행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 HBM 시장 점유율이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5세대 HBM도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한발 앞서서 공개할 예정이어서 SK하이닉스의 선두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BM에서 하이닉스 추월을 허용한 삼성전자…'초격차' 무색

HBM 반도체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신경전은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누가 선두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AI 시장 확대도 초기 단계인 만큼 최종 승자를 예단하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HBM 시장을 두고 국내 두 회사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결코 마다할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내세우며 언제나 '세계 최초' 타이틀을 독식했던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 또한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 장점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확한 시장 예측과 빠른 의사 결정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삼성전자가 언제부터인가 시장을 뒤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의 10년, '혁신 DNA' 어디에 있나?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질척거리는 원인을 이재용 회장에게서 찾기도 한다. D램의 기술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추월의 빌미를 제공했고 생활 가전 분야에서는 LG전자의 수익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실행 부족이 아니라 판단 착오라는 것이다. 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대형 M&A도 수년째 말로만 그치고 있는 점을 들어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준비하지 못하는 결정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이재용 회장은 기업가가 아니라 수성(守城)에 급급한 관리자에 불과하다는 다소 성급한 걱정도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회장이 삼성그룹 실질적 총수로 등장한 것은 선대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난 2014년부터 따지면 10년에 육박하고, 이 회장이 타계한 2020년 10월 25일로 계산해서는 근 3년이 흘렀다.

작년 10월 이재용 회장이 삼성그룹 세 번째 회장으로 취임하자 재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이재용 회장의 삼성'을 기대했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조만간 고(故)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혁신을 예상했던 것이다. 물론 아버지와 스타일이 다를 수 있고 모든 걱정을 한 방에 불식시킬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이재용 회장 편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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