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 아닌 '총무역'에 회의수당 일괄 지급·전용
선관위 '무제한 받아도 위법 아니다'...임의·해석 공지
비상임위원에 월정액 수당…전·현위원장에 위법 지급 전국의 시·군·구 선관위 직원들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어기고 금품을 받아 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직원은 이런 돈으로 제주, 필리핀 등에 '골프·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법 위반 직원이 128명에 달했다.
또 노정희·노태악 대법관 등 전·현직 중앙선관위원장이 매달 수백만 원의 위법한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10일 중앙선관위와 각급 지방 선관위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20대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9~11월 간 실시된 선관위 기관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다수의 지역 선관위 직원이 소속 기관 선관위원으로부터 골프·해외여행 경비를 제공받거나 회의 참석 수당을 관련 경비로 사용하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49개 시군구 선관위 중 146개 선관위는 선관위원 회의 참석 수당을 배분하지 않고 총무위원 계좌에 일괄 적립하고 있었다.
비상임인 선관위원은 선거 기간 등에 위원 회의에 참석하면 1인당 6만 원씩 수당이 지급된다. 그런데 이 수당을 각 위원들에게 지급하는 대신 '총무' 역할을 맡은 위원 1명에게 쥐어주고 '부서비'처럼 쌓아두게 했다. 이는 사무국장 등 선관위 직원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는 데 쓰였다.
선관위 소속 A 씨는 선관위원 및 위원 지인과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에 동행하면서 적립된 회의 참석 수당과 갹출한 경비에서 총 149만 원을 지원받았다. 다른 지역 선관위 직원들도 일본 도쿄·오사카, 베트남 호찌민·다낭, 태국 방콕 등으로 여행가는 데 선관위원 수당을 썼다.
B 씨는 2020년 선관위원과 2박 3일 제주도 골프 여행에 동행하면서 경비 139만 원을 제공받았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 20명이 해외·골프 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다른 108명은 '회식비' '간식비' '명절 격려금'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받았다. '건강 쾌유'를 명목으로 20만 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청탁금지법을 어긴 128명은 전국 249개 시·군·구 선관위 직원 1925명 가운데 6.6%다.
선관위 직원들의 금품 수수는 과태료 등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 '선관위원이 소속 사무처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 금액 제한 없이 가능하다'는 글을 수차 올려 지역 선관위 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상급 공직자가 하급 공직자에게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금품을 주는 것은 허용된다. 지역 선관위 위원들이 직원들에게 금품을 주는 것은 여기에 해당된다는 게 중앙선관위 주장이었다. 임의로 해석·공지해 위법을 자초한 격이다.
선관위는 감사 과정에서 "지방 선관위원은 선관위 직원의 상사로 격려금 차원에서 지급된 정당한 사안"이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지역 선관위원들은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는 '비상임 명예직' 위원들이어서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또 해외 여행이나 골프 여행 등은 공무 수행과도 관계가 없었다. 선거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 행위'라고 감사원은 명시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금품 수수자 128명에 대해 자체조사 후 청탁금지법에 따라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통보하는 등 적정 조처를 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선 중앙선관위가 비상임 중앙선관위원장·중앙선관위원에게 회의 수당과 실비 외에 매월 215만 원(선관위원 7명)~290만 원(선관위원장)가량의 월정액 수당을 지급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사퇴한 노정희 전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은 재임 기간 매월 290만 원을 받아갔다는 얘기다.
선관위가 관련 예산을 국회로부터 따내는 과정에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누락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예산을 받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된 월정액 수당은 6억5159만 원에 이른다. 감사원 지적에 올해부터 관련 수당 지급이 중지됐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관련 예산 담당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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