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가 한중 관계 악화 일조…與 "내정간섭", 외교부는 초치·경고

박지은 / 2023-06-09 17:00:59
장호진 1차관, 싱하이밍 초치…"도발적 언행" 항의
박진 "도 넘어"…조태용 "당당한 외교로 한중관계"
金 "싱하이밍·李, 쌍으로 정부 비난…강력한 유감"
李 "싱하이밍에 경제·안보문제 할 얘기 충분히 해"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난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9일 싱 대사를 집중 성토했다. 싱 대사가 우리 정부를 대놓고 공격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직격했다. 이 대표는 전날 중국대사관저를 찾아 싱 대사와 만찬을 했다. 

정부도 강하게 대응했고 대통령실은 측면 지원했다. 중국 대사가 한중 우호 유지 등 본연의 역할은커녕 되레 양국 관계 악화에 한몫을 하는 모양새다. 싱 대사는 이 대표와 만나 "(한국이) 미국 승리에 베팅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나 안내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윤 정부를 사실상 위협한 것이어서 여권 전체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외교사절이 주재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노골적으로 날을 세우는 발언을, 그것도 주재국 정치인에게 공개리에 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싱 대사를 불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장 차관은 싱 대사가 다수의 언론 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이 한중 우호의 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 1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를 넘었다"고 질타했다. 박 장관은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4개 국책연구기관이 주최한 공동학술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외교부가 잘 처리할 것"이라며 외교 경로를 통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실장은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싱 대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부글부글 끓었다. 김기현 대표는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를 향해 "명백한 내정간섭일뿐더러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에게는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 짝짜꿍하며 백댄서를 자처했다"고 비꼬았다.

김 대표는 "싱 대사는 한중 간의 관계악화 책임을 우리 대한민국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 했고 대한민국을 향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하는 등 노골적 비판 서슴지 않았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권 당시 대(對)중국 굴종 외교를 일관했던 모습을 다시 재방송한 것 같아 참으로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싱 대사를 때렸다. 

민주당은 정면 대응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굴욕' 비판에 대해 "경제·안보 문제나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싱 대사가) 단체여행(허용 국가 배제)에 대해 좀 형평성 차원에서, 조기 해제 조치를 해달라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게 조금 특이했긴 했다"고 전했다.

앞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중국을 언급하며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최대 교역국을 배제한 채 저성장의 늪을 빠져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제 저는 경색된 한중간 경제 협력을 복원해 대중 교역을 살려내고 다시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 대사와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자평했다. 이어 "미중 갈등 중에도 테슬라, JP모건, 엔비디아 같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줄줄이 중국을 찾고 있다"며 "유럽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여권에서 '삼전도 굴욕' 등 비난이 나오는 것에 대해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자청하는 게 당당한 외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대중국 수출 부진에 우리 기업들은 죽을 맛인데 정치적 사안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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