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천 '250억 먹튀' 주범 김기경 모브 의장, 양산에 로비 의혹

박동욱 기자 / 2023-06-08 16:54:35
김 의장, 합천군 협약 바탕으로 PF 자금 250억 챙긴 뒤 잠적
합천 협약 후 작년 2월부터 양산시로 무대 옮겨…로비 정황
직원 활용해 인맥 넓혀…모브아트센터 콘서트 협약 등 체결
보건소 의료장비 기부 제안도…최종 시장 결재 과정서 불발
경남 합천군과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액을 챙겨 잠적한 시행사 대표 A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그의 사기 행각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A씨는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4성급 호텔 건립 실시협약을 바탕으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550억 원을 대출받은 뒤 이중 250억 원을 들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합천군은 A씨 등 5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달 31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특히 합천군과 호텔 조성사업 협약(2021년 9월)을 맺은 지 5개 월이 지난 2022년 2월 주요 활동 근거지를 양산시로 옮겨 시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양산시청 내부에선 로비 의혹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 김기경 모브 의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 호텔에서 진추하 M3C GLOBAL 회장과 아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MOV 제공]

9일 U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합천 '250억 먹튀 사건'의 주범은 지난해 2월 양산에서 아트 플랫폼 '모브'(MOV)를 설립한 김기경(56) 모브그룹 의장이다. 김 의장은 합천군 호텔 조성사업 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김 의장이 A씨다. 

모브(MOV)는 'Move Of Vibe'의 이니셜을 딴 법인이다. 김 의장은 국내 오페라계 유명 지휘자를 끌어들인 뒤 "30여 명의 아티스트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고 언론에 흘리면서 문화계 '큰손' 역할을 자임했다.

부모 고향인 합천과 달리 연고도 없는 양산에 진출한 그는 웅상 주진동에 모브아트센터(문화센터)를 활동 거점으로 정해놓고 같은 해 8월 '모브(MOV)아시아'도 설립한다. 

1970년대 중후반 팝송 'One Summer Night'로 유명한 홍콩 출신 가수이자 배우 진추하(65)가 '모브아시아 회장' 직함을 갖고 양산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이때쯤이다.

진추하는 20대 중반 말레이시아 국적 화교 재벌과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떠났다. 그녀가 양산에 깜짝 등장했을 때에는 말레이시아 '라이온(LION)' 그룹의 팍스 재단 주석이란 명함을 지녔다. 라이온 그룹은 말레이시아 최대 유통 업체로, 동남아 전역과 중국 등에 팍슨백화점 120개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추하'라는 글로벌 셀럽을 앞세운 김 의장은 합천에 이은 다음 사업 타깃으로 양산을 택했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김 의장은 합천군과의 협약을 맺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합천군청 고위 간부(현재 퇴직)가 대학 후배라며 소개한 양산시 과장급 직원 B 씨를 적극 활용해 인맥을 넓혔다.

그 결과 모브아시아와 양산시 사이에 '가공식품 수출 활성화-국외판매 상생협약', '모브아트센터 콘서트 협약' 등이 잇달아 체결됐다. 김 의장은 농산물 협약을 맺은 시점을 전후로 "부산대 양산캠퍼스 유휴부지에 '양산문화의 전당'을 20년 운영권 조건으로 300억 원 투자금을 유치해 짓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는 얘기들도 파다하다.

농산물 협약 등 사업 확장 과정서 양산시청 공무원 인맥 활용 정황 
'글로벌 셀럽' 앞세워 양산 진출…합천-양산 공무원 연결고리 활용


▲ 양산 웅상 주진동에 위치한 모브아트센터 건물 모습. 1층 다이닝숍 이외에는 건물 내 사무실 문이 모두 닫혀 있는 상태다. [박동욱 기자]

주목할 대목은 김 의장의 '보건소 의료장비 기부 제안'이다. 김 의장은 보건소에 의료장비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전달하는 등 제안 관철에 집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기증하겠다는 의료장비는 혈액을 간단하게 검사해 질병 유무를 알 수 있다는 기기다. 기부 제안의 목적은 장비 2대를 기증한 뒤 시약(개당 1만 원)을 판매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의장은 보건소에 3년치 시약 물량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밑밥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제안은 최종 시장 결재 과정에서 '식약처 미승인' 문제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천군은 김 의장 잠적 사실을 이번주 초 확인했다. 그러자 양산시청 안팎에서는 김 의장과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몇몇 중간간부급 공무원들이 입길에 올랐다. 평소와는 기류가 사뭇 달랐다.

B씨는 기자와 만나 "음악에 박식하면서 부드러운 말씨에 큰 기업가로 김 의장을 (합천군 고위 간부로부터) 소개받은 터여서 의심을 하지 않고 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에 의심될 만한 일을 한 적은 결코 없다"며 김 의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의 모브아트센터(4층 건물)는 1층 다이닝-커피숍 이외에는 사무실 문이 전부 닫혀 있는 상태다.

4층 일부 공간을 사용중인 양산교육청 소속 웅상행복마을학교 관계자는 기자에게 '모브 먹튀 사태'에 관해 물으며 궁금해 했다. 1층 다이닝 종업원은 "사무실 직원이 나오지 않은 지 제법 오래된다. 돈만 입금하면 되니까…"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김 의장 이력은 베일에 쌓여 있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에 그룹사운드에서 기타를 쳤다. 막연하게 음악으로 먹고살기에는 힘이 드는 것을 알고 졸업 동시에 꿈을 접었다.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해외에서 플랜트 사업을 했다"고 밝혔다.

◇ 합천 '250억 먹튀' 사태 

모브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021년 9월 합천군과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호텔 조성사업 협약을 맺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 원을 들여 전체 면적 7336㎡, 7층·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합천군은 호텔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 간 호텔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시행사가 40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550억 원을 대출받았다. 여기에 합천군은 손해배상을 떠맡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3월 시행사 측이 자재비 급등 등을 이유로 합천군에 사업비 150억 원 증액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합천군이 시행사 사업비 집행내역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일부 공정에서 설계비 부풀리기 등 과다 지출이 확인됐다.

합천군은 김기경 대표에 계속 연락을 했지만, 지난 4월 19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군은 6월 1일 시행사 측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선기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했다.

군은 250억 원에 대한 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김 대표와 시행사 이사 3명 등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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