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쇼크' 재현되나…美 부채한도 협상 실패에 불안감 고조

안재성 기자 / 2023-05-17 17:28:23
2011년 부채한도 협상 늘어지며 디폴트 위기설 번져 글로벌 증시 급락
"협상은 결국 타결된다" 기대감…"이번엔 증시·환율 충격 크지 않을 것"
미국 정부와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이 또 실패하면서 지난 2011년의 '소버린 쇼크'(정부의 채무상환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 부채한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에 미국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설이 돌았다. 소버린 쇼크가 시장을 강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권시장이 급락했고 코스피도 20% 이상 빠졌다.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의회 지도부와 만나 부채한도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허탕이다. 

이날 회담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매카시 의장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대신 정부 재정 지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채한도 증액은 협상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양측은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모인 미국 정부와 의회 고위 인사들. 왼쪽부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AP 뉴시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법으로 정해놓았고 이를 넘기려면 정부와 의회가 협상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연방정부 부채는 이미 지난 1월 법정 한도(31조4000억 달러·약 4경2000조 원)에 도달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한 일반계정(TGA)을 임시로 써 지금까지 재정을 운용해 왔다. 

하지만 그것도 곧 한계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다음달 1일에는 TGA 잔액까지 바닥나 디폴트를 선언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그 경우 연방정부는 국채 원리금을 갚지 못하게 되고 공무원 월급과 사회보장급여도 지급 불능에 빠진다.

옐런 장관은 "디폴트가 실제 일어날 경우 대공황처럼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주가가 45% 폭락하고 800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디폴트 시 주가가 20% 가량 급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월가는 양 측이 결국 합의에는 다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1960년 이후 부채한도 증액 사례는 총 78회로, 모두 협상이 타결됐다. 

다만 2011년 8월처럼 협상이 막판까지 늘어지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의 시장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부채한도 협상 교착이 증시를 위협하고 있다"며 2011년의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부채한도 협상은 데드라인 이틀 전에야 겨우 마무리됐다. 그 사이 디폴트 위기감은 점점 높아져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7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그 여파에 2011년 8월 8일(현지시간) 하루에만 S&P 500 지수가 6.7% 떨어지는 등 증시가 급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2.41%포인트 하락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가격이 뛴 영향이다. 채권 가격이 오를수록 금리는 내려간다.  

소버린 쇼크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모두 폭락했다. 코스피도 8월 1~10일 사이 2100대에서 1600대까지 밀렸다.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경우 국내 증시는 또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폭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학습 효과가 있는 만큼 그 때처럼 충격이 크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부채한도 협상은 결국 타결될 거란 기대가 있기에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한국 경제는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가가 급락하거나 국채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요인인 건 사실"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시장에 대해선 김 교수는 "부채한도 협상과 별개로 경기침체 이슈가 있기에 주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교수는 "지지부진한 협상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직 1450억 달러(약 195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비비가 남아 있어 미국 재정이 7, 8월까진 버틸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순 있지만 2011년 당시처럼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디폴트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 매카시 의장과 만나기 위해 오는 19∼21일 일본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한 순방 일정을 단축했다.

또 부채한도와 재정 지출 감축을 연계시키는 건 반대하면서도 별도 논의는 가능하다고 물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 지출 중 어떤 프로그램의 예산을 삭감하느냐가 향후 협상에서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며 밝은 예상을 내놓았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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