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줄이어…수분양자들 고통 호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5층짜리 소형 빌딩 A 오피스. 지난해부터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건축주와 시공업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올해 준공을 앞두고 공사가 중단됐다. 밀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체가 결국 빌딩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다.
유치권은 물건(또는 유가증권) 점유자가 채권을 변제 받을 때까지 소유자의 물건을 갖고 있는 담보물권이다.
밀린 공사대금이 2억5000만 원 정도다. 처음 분쟁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여겨졌다.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건물 입지가 역세권이고 주변에 지식산업센터·대형마트·세무서·공원 등 수요도 많아서다. 하지만 분쟁이 해를 넘기자 시공업체는 지난 3월 유치권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건물 진입을 막았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소형 B 연립주택. 건물 노후 판정으로 재건축 사업 승인을 받아 지하 3층, 지상 5층, 30가구 규모로 재건축됐다. 하지만 준공을 앞두고 하도급업체 공사비 요구, 조합 집행부 분쟁, 일반분양 권리 다툼, 유치권 대행 논란 등이 불거졌다. 하도급업체 등은 유치권을 행사해 주택을 점유하고 조합원 출입을 막고 있다.
조합과 업체는 그동안 공사대금·분양진행·근저당·소유권 등을 두고 소송전과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자 분쟁마저 소강 상태가 되면서 유치권 상태의 건물은 사실상 '버려진 물건'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정비업계 유치권 분쟁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금융·공사비 증가, 까다로워진 금융권 대출, 당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 마련이 어렵게 되자 공사 중단과 유치권 분쟁이 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해결할 방도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유치권 행사 물건은 소유자가 바뀌어도, 경매에 넘어가도, 저당권이 설정돼도 채권 변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치권자가 인도를 계속 거부할 수 있다. 즉, 공사도 입주도 사용도 할 수 없는 빈 건물로 방치되는 것이다.
A 오피스 시공업체 관계자는 16일 "공사비 미납의 주 원인은 건축주가 공사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며 "공사 중단 후 합의나 논의에 대해 건축주 쪽에서 지금까지 한마디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우리뿐 아니라 주변에 자금 사정이 악화돼 공사 중단이나 유치권 분쟁을 겪고 있는 현장이 다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B 연립주택은 총회·소송·집행 등을 거듭하며 그동안 유치권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조합원·시공업체·하청업체는 소유권 이전, 근저당 설정, 공사대금 지급과 관련해 서로 물고 물리는 소송전을 벌였다.
그러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분양 수요도 사그라들면서 그런 대립마저 일시 중단됐다. 더 이상 대립으로 얻을 수 있는 '떡고물'조차 사라진 탓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는 "시장에선 이제 거래할 수 없는 물건이 됐다"며 손을 내저었다.
유치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수분양자들은 금융 부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도 못하고 은행 대출에 의존해 중도금 이자만 내고 있는 상황에 빠져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을 분양 받았지만 시공업체 유치권 분쟁을 겪고 있는 40대 C 씨는 "중도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수분양자도 있다"며 "나 같은 회사원은 신용불량자가 되는 상황을 막으려고 어쩔 수 없이 이자만 내고 있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유치권 분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분쟁 해결 도움을 요청하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 구청 관계자는 "유치권 분쟁은 민사적인 사안이어서 이해 당자자끼리 해결해야 할 사항이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전했다. 중구청 측도 "건물이 공실로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하면서 쓰레기 무단투기, 도시 미관 저해 등의 민원이 생기면 행정지도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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