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생모 공갈·명예훼손으로 고소
신약 기업 진화목표에 걸림돌 될 듯 재벌을 다룬 드라마를 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혼외자다. 물론 우리나라 재벌의 창업주 시절에는 혼외자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재벌의 가계도를 펼쳐놓고 누구는 배다른 자식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호적에 자식으로 등재된 이상 소문이나 추측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혼외자를 실토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 정주영 회장은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관훈 토론회에서 혼외자 추궁을 받고 8남인 정몽일이 혼외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 밖에 혼외자를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가 사후에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분란이 생기면서 DNA 검사 등을 통해 법적으로 혼외자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아니 정상화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법적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게서 자식을 낳아 호적에 올린다는 것은 일반 가정은 물론 재벌가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SK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보듯이 혼외자의 존재는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보통이다.
셀트리온 계열사 등재 과정서 혼외자 존재 드러나
그런데 최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에게 혼외자식 두 명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재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혼외자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과정도 특이했다. 올해 초 셀트리온 계열사로 의류제조와 도소매 업체인 서린홀딩스와 인테리어 업체인 서원디앤디 두 개 회사가 추가됐다. 회사 측에서는 친인척 소유 회사라고 얼버무렸으나 알고 보니 서 회장의 혼외자 딸 2명을 낳은 내연녀 A씨 소유임이 밝혀진 것이다.
혼외자의 생모가 소유한 회사는 작년까지는 계열사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작년 말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돼 계열사로 등재되면서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된 것이다.
2001년부터 10여 년 내연관계 유지, 두 딸 출생
서 회장이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을 창업한 때는 2002년이다. 내연녀 A 씨를 만난 것은 바이오 기업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 등을 오가며 바이오에 대해 공부를 하던 2001년 무렵이다. 이후 10여 년 동안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두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두 사람 사이는 파탄이 났다. A 씨는 당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서 회장이 두 딸의 존재가 알려지면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출국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서 회장이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20대, 10대로 성장한 두 딸은 법원에 친생자인지 청구 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해 6월 22일 서 회장에게 두 딸을 친생자로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으로 서 회장의 호적에 두 딸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두 딸은 물론 친모와 갈등 관계인 듯
재벌 총수의 혼외자가 드러난 것도 충격적이지만 서 회장과 A 씨, 그리고 혼외자 두 딸이 갈등 관계라는 점도 개운치 못하다. 둘째 딸은 11년 동안 아버지, 서 회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서울가정법원 성남지원에 서 회장을 상대로 매달 4번 만나 달라는 면접교섭 청구권을 제기했다.
서 회장 측은 두 딸이 친생자로 인정돼 호적에 등재된 것은 맞지만 A 씨와는 가끔 만났을 뿐 사실혼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계속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해 288억 원을 지급했고 이 가운데 143억 원은 갈취당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따라 A 씨에 대해서는 공갈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서 회장, 갈등 해소하고 경영에 몰두해야
서 회장은 2021년 현역에서 은퇴했다가 지난 2월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의 신약 비중을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과 연구개발은 필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오너인 서 회장의 현명한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두 딸이나 그 친모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지속한다면 주주들의 믿음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지표에 그치지 않고 환경과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ESG 경영은 대세로 굳어져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 오너가 혼외자 문제로 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기업 평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서 회장이 주도적으로 갈등을 수습하고 경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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