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간인 대규모 공격시 우크라 인도지원만 고집 어려워"…러시아 반발

허범구 기자 / 2023-04-19 20:34:50
로이터 인터뷰…'군사지원 가능성' 조건부 첫 시사
"대량학살 발생할때는 재정지원에만 머물수 없어"
러 "무기공급, 전쟁개입 의미"…양국긴장 고조 조짐
尹 "北 위협 대응 위해 초고성능 무기 개발해 준비"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등이 벌어지면 군사적 지원 제공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에 대해 그것을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들과 전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의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6·25전쟁 때 국제 원조를 받았던 것과 같이 우크라이나 방위·재건을 돕는 방법을 모색중이라는 언급도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번 인터뷰는 오는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날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민간인 대규모 공격' 등 여러 조건을 달았지만 '살상무기 지원불가' 원칙을 고수해온 정부 입장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나선 미국 등 서방 세계와 공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은 한국에 무기 지원을 압박했으나 우리 정부는 교전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내 정책을 지켜왔다. 로이터는 한국이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우리 기업들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감안해 대립을 피해왔다고 해석했다.

러시아는 '윤 대통령 발언이 전쟁 개입을 뜻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을 지목해 무기 지원을 경고한 지 6개월 만에 양국관계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는 조짐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답했다.

이어 "제재 등의 측면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전체 과정에서 다소 비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에 더 많은 국가를 개입시키려는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 반발을 불러 대응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경우 양국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과 이 방향(군사협력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하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당신들은 기쁘겠나"라고 반문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면서도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응수했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과 관련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위협 대응과 관련해 "감시 정찰자산을 더 확충하고, 정보 분석 등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확장 억제도 있지만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 간 핵이 동원되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것은 남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아마 거의 재로 변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나 싶다"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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