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진행 중인데도 제재 없이 기본설계 사업 낙찰받아
서일준 의원, 文정권 비호 의심…감사원 감사, 수사 촉구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목…함정 수주 사업 노린듯 현대중공업이 한화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군함 시장에서의 경쟁을 문제 삼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을 수주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원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사실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는 방위사업과 관련한 심각한 범죄행위인 만큼 추가 범죄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기관과 감사원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 KDDX 관련 기밀 훔쳐 유죄 판결
문제가 된 방위사업은 KDDX, 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이다. 애초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해군과 함께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DDX 개념설계를 완성했다. 그러자 개념설계 공모에서 떨어진 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군 관계자와 공모해 2014년 1월경 3급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촬영하거나 복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8년 4월 기무사령부가 불시 보안감사를 실시해 현대중공업의 서버에 KDDX 개념설계도가 저장돼있는 것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기밀 유출에 연루된 해군 장교들은 군사재판을 받았고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들은 일부 문서에 군사기밀이라는 표시가 없었고 일부는 현대중공업에서 작성해 군에 제출한 것이어서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 전·현직 9명에게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기밀 유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제재 없이 사업 따내
그런데 이처럼 범법행위가 밝혀져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2020년 5월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을 공고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기본설계 사업은 예산이 2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이 사업을 따내야 상세설계와 함정건조까지 전 사업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다. 업계에서는 개념설계를 수행한 대우조선해양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현대중공업이 0.0565점 차이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범죄 정황을 잘 알고 있던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를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또 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자기식별 표식 금지 원칙을 어겨 0.1점의 감점을 받았다. 감점을 불사하고 평가위원들에게 현대중공업을 알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일준 의원은 당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이와 더불어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와 추가 수사를 촉구했다.
판결문 열람도 로펌 도움으로 제한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파문에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 9월 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난 이후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해당 재판은 직원 개인이 피고인 사건인 만큼 판결문 열람 제한에 회사가 관여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일준 의원은 국내 최고의 로펌의 도움을 받아 열람 제한이 결정됐다면서 범법행위에 관련된 배후 인물들이 구체적 범죄행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지연 노린 듯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현대중공업의 이의 제기로 마지막 관문인 우리나라 공정위 심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화가 지난해 12월 19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자마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9일과 올해 2월 6일, 3월 10일, 3월 24일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이의 제기를 한 것이다. 군함에 들어가는 무기와 설비를 만드는 한화 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 등 다른 업체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가격이나 기술정보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사청도 현대중공업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군함의 유일한 수요처인 방사청마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함정에 들어가는 무기체계나 추진체계는 방사청이 직접 납품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이나 거래조건에서 차별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앞으로 발주될 함정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해와 내년에 대형 함정사업 발주가 몰려 있기 때문에 한화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늦어질수록 현대중공업이 입찰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한 1심 판결에서 현대중공업 전·현직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아 앞으로 3년 동안 방산 분야 입찰에서 '감점 1.8'점의 불이익 조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선결돼야 할 것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사청 입찰에서 낙찰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불법적 개입은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서일준 의원의 지적대로 방위산업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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