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회장은 비상장 계열사에서 두둑한 배당 챙겨
막대한 현금 자산에도 임직원 대우도 업계 하위 수준 정기주총 시즌이면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가 배당이다. 올해는 특히 태광산업의 배당이 눈길을 끈다.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취득 확대와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예정한 배당은 이에 비해 현저히 적다. 안그래도 태광산업은 배당이 적기로 유명하다. 이번엔 달라질까.
어느 정도의 배당이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배당을 많이 하면 대주주건 일반 투자자건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나쁠 것 없다. 배당 많이 주기로 소문나면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번 돈을 주주들의 잔치로 써 버리고 나면 장기적으로 투자할 돈이 줄어들어 회사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주총 때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나서서 배당 확대를 요구하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기도 한다.
태광산업 시가 배당률, 상장사 평균의 13분의 1
태광산업은 지난해 주당 175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주가에 비교하는 시가 배당률은 0.17%이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배당을 한 556개 기업의 평균 시가 배당률 2.32%와 비교하면 13분의 1이 안된다. 또 번 돈(순이익) 가운데 배당으로 준 돈의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은 0.46%로 상장사 평균 35.41%와 비교하기 민망할 수준이다.
태광산업의 배당은 매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배당금은 주당 1550원에서 1750원이었고, 시가 배당률은 0.15%에서 0.19%를 오르내렸다. 배당성향 역시 1%를 넘은 적이 없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주총에서는 1만 원의 현금배당을 하고 배당성향도 20%로 높이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렇게 배당이 짜니까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5%에 달해 이러한 주장은 이번에도 관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계열 상장사는 모두 짠물 배당
이러한 배당 문제에 대해서는 적게 배당하면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도 적게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태광산업 지분 29.84%를 가진 이 회장이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5억7천여만 원이다.
그런데 태광그룹의 배당 내용을 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그룹사 가운데 상장된 계열사로는 태광산업 이외에 대한화섬과 흥국화재가 있다. 흥국화재는 최근 3년 동안 한 번도 배당하지 않았고 대한화섬은 매년 410원에서 750원 정도 배당을 했다. 시가 배당률은 0.4%에서 0.6% 수준이고 배당성향도 높을 때 3%대 수준이다.
이 회장, 비상장 금융계열사에서 3년 동안 261억 배당금 챙겨
대주주가 배당을 챙겨가지 않으니 칭찬할 일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태광그룹 계열사 가운데 비상장사의 배당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태광그룹의 비상장사는 모두 7곳인데, 이 가운데 비상장 금융사가 이 회장의 배당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흥국증권과 고려저축은행, 흥국자산운용 3개 비상장 금융계열사로부터 2019년 결산에서는 100억 원을 배당받았고 2020년에는 94억 원, 2021년에는 67억 원을 배당금을 챙겼다. 이 회장은 3년 동안 비상장 금융계열사에서 합계 261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이다. 한마디로 일반 주주가 많은 상장기업의 배당은 짜기 그지없는 데 비해 비상장사의 배당은 후하게 책정해서 자기 주머니는 언제나 두둑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에게도 각박한 대우
태광산업은 예전부터 현금 부자로 유명했다. 창업주 고 이임용 회장이 고 이기택 민주당 총재의 매형인 관계 때문에 정치적 압박을 피하고자 철저히 방어적 경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현금성 자산이 4천7백억 원을 넘고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금융자산도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기업이다. 또 전국 곳곳에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공장이 도심으로 편입돼 땅값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곳간이 풍성하기로 남부럽지 않은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에게뿐 아니라 임직원에게도 짜기로 유명하다. 태광산업의 등기이사 5명의 평균보수는 1억3200만 원이다. 웬만한 대기업의 일반 직원 평균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태광산업의 일반 직원도 마찬가지다. 1인당 평균 급여는 7300만 원으로 다른 섬유 화학업체와 비교해도 1천만 원 이상 낮은 편이다.
김치·와인 강매 관련 대법원 판결, 이 회장에게는 극히 부끄러운 일
최근 대법원에서 태광 일가가 소유한 티시스와 메르벵이 김치와 와인을 태광 계열사에 강매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공정위는 김치와 와인 강매에 이호진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태광 측이 이에 불복해 재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원심(서울고법)은 계열사에 대한 시정명령·과징금은 정당하지만, 이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치·와인 강매에 이 회장이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면서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재벌 회장으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판결이다. 재벌 회장이 나서서 김치 팔고 와인 팔아서, 그것도 비싼 값에 덤터기 씌워서 돈을 챙긴 것을 인정한 것이니 기업가가 아니라 장사꾼 취급을 받은 것이다.
적어도 재벌 회장쯤 되면 어떻게 생활하는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성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주주나 임직원에게 각박하게 굴면서 자신의 주머니는 채우는 사람이라면 설사 김치나 와인 강매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인정해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돈의 힘으로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모르지만.
다음은 기사에 대한 태광 반론문
1. 태광산업 배당 결정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태광산업은 영업이익, 적자 규모에 관계 없이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동일한 비율의 배당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합니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해 말 향후 10년간 집행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금성자금의 유보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2. 비상장사 배당 규모
일부 비상장 금융계열사의 배당 책정은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정상적인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입니다. 위에 설명한 태광산업과 달리 해당 계열사들은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으며, 금융회사로서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습니다.
3. 이호진 전 회장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계열사 간 김치·와인 거래를 둘러싼 '관여'의 범위를 넓게 확장해 다시 한 번 살펴보라는 의미이지, 해당 행위에 대한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