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정부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 그대로 방치해"
"반일감정 국내 정치 활용, 대통령 책무 저버리는 것"
"과거에 발목 잡혀선 안돼…한일관계 제로섬 아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안보와 경제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한일관계 경색에 대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국내 정치를 위해 일본과 충돌하며 반일감정을 자극했고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의 여파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방치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못박았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굴종 외교' 등으로 맹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무회의를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가 1972년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며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 전례도 거론했다.
아울러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국교 정상화 추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와의 공동선언 등을 거론하며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며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이견이 생기더라도 한일 양국은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닌해 5월 취임 이후부터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며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한 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며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복원되듯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한일관계는 함께 노력해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에 대해선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정부는 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각자 스스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 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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