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야당을 무시하고 적으로 삼은 건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보다 중요한 나라로 올라서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절실히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면 이를 제시하고 입법화하려 했을 텐데, 그럴 일이 없다 보니 야당과 말을 섞을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과반을 넘고,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180석을 차지하면 그때부터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터다. 거대한 착각이다. MB정부가 출범하고 두 달 후 있었던 총선에서 보수세력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국회선진화법이 없던 시절인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세력을 합쳐 190석에 가까운 의석을 얻었지만 역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야당의 협조없이 의석만으로 밀어붙이는 걸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데, 지금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1년은 금도가 무너진 시간이었다. 우리 대통령선거에서 경쟁자를 탄압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59년으로 이승만이 경쟁자 조봉암을 간첩죄로 몰아 죽였다. 두 번째는 박정희가 유신을 반포한 이후 경쟁자였던 김대중을 납치, 감금하고 정치를 못하게 만들었다. 60년 전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었던 때 얘기다.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상대방을 문제 삼을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간 게 아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첫 번째는 북풍사건으로, 두 번째는 탑차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대선 자금을 받은 일이 벌어졌지만 미래에 고쳐야 할 숙제라는 명분하에 넘어갔다.
선거를 치르고 패자를 혹독하게 몰아갈 경우 사회적 갈등이 너무 커질 수 있어 취한 행동이다. 이제 금도가 깨진 이상 앞으로 우리나라 대선은 여야가 목숨을 건 전쟁판이 될 수밖에 없다. 패할 경우 어떤 수모를 겪을지 모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불행한 일이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경쟁자를 이렇게 시끄럽고 혹독하게 몰아쳐야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1년 동안 중요한 자리가 검사로 채워졌다. 이들도 공무원이고 법률상 채용에 문제가 없다면 비난거리는 될지언정 심각한 하자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다. 만약 정부가 내리는 중요 결정과 집행이 공적인 체계가 아니라 이들을 통해 사적인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장이 앞으로 은행산업을 어떻게 개편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 정부 조직상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곳은 금융위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기관들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당연히 앞으로 은행산업 개편에 대해 얘기한다면 당사자는 금융위원장이어야 한다. 정부의 업무체계가 뒤엉키고 있는 것이다.
집권 1년은 대통령의 힘이 가장 센 시간이다. 5년 임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의 절반 이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중차대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후한 점수를 받을 순 없을 듯하다.
●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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