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내재화될수록 시장 잠식…국내 배터리업체 위기감
"아직 기술력 격차 커…최소 5년은 큰 위협 안될 것" 반론도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자사 전기차에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해 비용을 줄이고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이는 국내 배터리소재업체에는 긍정적으로, 배터리업체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국내 배터리소재업체 엘엔에프와 약 3조8000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엘앤에프가 니켈 함량 80% 이상인 프리미엄 하이니켈 양극재 7만7000톤을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테슬라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원료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호주 '마그니스 에너지 테크놀로지'로부터 배터리 소재인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최소 3년간 흑연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또 캐나다 리튬 개발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시그마 리튬은 브라질 리튬 광산에 공장을 짓고 있다. 내달 가동을 시작, 연간 10만400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2024~2025년 기준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30%가량에 자체 생산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업계 1위가 배터리 내재화를 추구하니 다른 전기차업체들도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달 캐나다 광산업체 리튬 아메리카스에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호주 광산 업체 라이언타운 리소스와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스텔란티스도 호주 광산업체 GME리소스와 니켈·코발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구하는 1차 목적은 비용절감이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며 "전기차는 배터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충당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배터리업체와의 협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 의미도 있다. IRA로 인해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이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원료 중 일정 비율을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해야 한다.
국내 배터리업체는 원료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하면 IRA 보조금 요건을 맞추기 용이해진다.
테슬라 등 전기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는 국내 배터리소재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새로운 판매처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와 배터리 소재 공급 계약을 한 엘엔에프는 상당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전장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배터리 내재화 추진으로 엘엔에프는 2026년 이후에도 추가 수주를 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에 매출 70% 이상을 의존하던 엘엔에프가 테슬라와의 계약으로 고객 다변화에 성공한 것을 긍정 평가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추가 수주를 기대했다. 그는 엘엔에프가 테슬라와 공급 계약 체결을 공시한 지난달 28일 후 주가가 꽤 올랐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테슬라 등의 배터리 내재화 비중이 높아질수록 배터리업체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공급 계약에서도 협상력이 떨어져 이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전기차업체와 배터리업체는 점차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쟁을 통해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3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배터리업계는 아직 기술력 격차가 커 당장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양질의 배터리를 낮은 비용으로 필요한 기간에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테슬라 등 전기차업체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이미 수만 건의 특허를 갖추고 있으며 선진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테슬라 등이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개발 부문 직원 A 씨는 "배터리 역시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기술력이 전부"라며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기는 무척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테슬라가 현재 품질 수준의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될 즈음, 우리는 더 우수한 배터리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기술력 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최소 5년은 국내 배터리업체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배터리 내재화 소식 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업체 주가는 상승세"라며 "시장에서도 기술력 격차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전거래일 대비 1.67% 오른 54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삼성SDI도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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