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담 허물고 목수일 나선 효암학원 교장 선생님

장한별 기자 / 2023-03-06 14:33:20
경남 양산 개운중·효암고, 학생 중심 공간 혁신
3월 신학기 학생들에게 야외 휴식 공간 선물
경남 양산 효암고, 개운중엔 이색 휴게공간이 있다. 참새가 방앗간 찾듯,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찾는 곳이다. 효암고와 개운중 본관을 잇는 가파른 언덕에 꾸며진 계단식 데크로, 학생들의 휴게 및 버스킹 공간이다.

이 공간을 위해 개운중 교장실과 행정실 담벼락이 허물어졌고, 효암고 이강식 교장은 겨울방학 때 목수일을 자처하고 나섰다. 권위의식을 벗어던진 자리에 학생 중심의 공간이 탄생한 셈이다. 

▲ 개운중 교장실서 내다 본 야외 휴게 공간 [효암고 제공]

애초 구상은 이강식 교장이 언덕과 중학교 담으로 둘러싸여 사각지대가 된 학교 부지에 매점을 옮겨 학생들 놀이터로 이용하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개운중 담벼락을 허물어 출입구를 확보해야하지만, 하필 담 옆은 교장실과 행정실이 자리잡은 업무 공간이어서 선뜻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부에서는 외부 방문객이 많은 교장실 옆에서 학생들이 매점을 오가며 소란스럽게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을 우려했고, 학습권의 침해마저 근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 송영태 개운중학교장 [효암고 제공]

두 학교 교무회의 등에서 논의가 오가는 과정에 개운중 송영태 교장이 학교의 어른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고, 아이들의 '놀이'도 지켜봐야한다고 담벼락을 허무는 데 기꺼이 동의하면서 합의점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허문 담벼락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서 학생들을 학교의 중심에 놓고 챙겨보겠다는 것. 이렇게 접점이 찾아지면서 겨울 방학 직후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 기간이 짧은 데다, 한 목수가 코로나에 걸려 공기를 맞추기 어렵자 이 교장은 목수를 자처, 부족한 일손을 채웠다. 인부복을 입고 안전화에 각반을 차고 출근해 틈틈이 업무를 보면서 십여일이 넘도록 공사판에 매달려 톱질을 하고, 데크에 드릴 못을 박았다. 야외 조명 시설 등은 새 학기의 과제로 남긴 채 학생을 맞이했다.

▲ 이강식 효암고등학교장(오른쪽)이 데크 작업에 여념이 없는 모습. [효암고 제공]

개학 이후 휴게 공간은 마치 참새가 찾는 '방앗간'처럼 변모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환하게 뚫린 교장실 옆 벽과 매점을 오가고, 교목인 은목서 주위에 둘러친 데크에 삼삼오오 모여 재잘댄다. 바로 옆 행정실 직원들은 다소 소란스러워진 업무 환경에도 학교가 학생들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에 흐뭇한 마음이다.

학교는 데크를 만들면서 생긴 커다란 두 벽면은 중·고생들에게 각각 그래피티 공간 등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 중이다. 개운중·효암고 교장은 학생들의 첫 버스킹 공연 때 한 사람은 노래를, 한 사람은 장구를 들고 풍물을 하거나 춤을 추고 싶다고 한다.

두 교장은 휴게 공간 활용 방안과 더불어 학생들의 안전사고 방지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지정된 효암고는 2024년 본격적인 공간재구조화 및 리모델링을 앞두고 다양한 공간 기획을 학생이 포함된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햇살이 잘 드는 중안 공간은 모두 학생에게 내주고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등은 건물 주변으로 배치하는 안을 마련해 둔 상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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