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재단이 강제동원 피해 배상…한일관계, 4년여만에 정상화 수순

박지은 / 2023-03-06 13:46:38
행안부 산하 재단이 기금 조성…日기업 대신 판결금 지급
박진 "피해자 치유 위해 최대 노력…새로운 사죄 능사 아냐"
日 피고기업 배상 참여없어 '반쪽' 지적…피해자·野 반발
朴 "물컵에 절반 이상 찼다…日 호응 따라 더 채워질 것"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법이 6일 공식 발표됐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우선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후 문제 해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가 4년여 만에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없다는 점에서 '반쪽 해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일부 피해자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일본 전범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 중공업)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생존자는 3명)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 원 또는 1억5000만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결금과 당장의 지연이자 등을 합쳐 약 4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 장관은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모두 9건이다. 또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은 9건이고 1심 법원에도 52건의 소송이 계류돼 있다.

박 장관은 이들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판결금 재원에 대해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하겠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지난 1월 목적사업을 규정하는 정관 제4조에 '일제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보상 및 변제'를 신설한 바 있다.

재원 마련은 포스코·KT&G·한국전력 등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 16곳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총 15명)는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각각 일한 피해자와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다. 

박 장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해 미래 세대에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 연구 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 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해법이 일본 기업 배상참여가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물컵에 비유하면 물의 절반이 찼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호응에 따라 나머지 물컵이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일본 정부가 새로운 사죄 표명 없이 기존 담화를 계승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게 능사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간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해법 마련 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하고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통보하는 등 "한일관계가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해법은 일본 정부·기업이 2018년 대법원 판결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한일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짜낸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외교부는 "추후에라도 일본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부 피해자와 지원단체, 야권이 이번 해법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이들에 대한 대응이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고 한일관계가 정상화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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